이재명 “민주주의 질식, 공포감 젖어…몇달새 유신 전으로 후퇴”

충청 지역 '민생투어' 계기에 야권 향한 검찰 수사에 불만 표한 듯
'초부자감세'도 비판…"약자 죽거나 말거나 슈퍼리치들만 위해 일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한국시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3일(한국시간) “수많은 사람이 목숨 바치고 피 흘려서 만든 민주주의가 몇 달 사이에 유신 이전으로 후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전 유성문화원에서 열린 ‘민주 경청투어’에서 “군사정권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불안해지고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요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게 무섭다’고 하고, 압수수색 당하지 않을까, 세무조사 당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한다”며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걱정을 했나”라고 했다. 이 대표의 언급은 야당 정치인과 전임 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비판해 온 지난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충청 방문은 애초 민생 경제 현장에서 생생한 바닥 민심을 듣고 내년도 예산안과 당의 주요 입법 사항 등을 직접 설명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 대표는 대전 방문에 앞서 천안 중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요즘 ‘내가 이 얘기하다 잡혀가는 거 아닐까’라고 무서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민주주의가 질식해 가고 우리 사회에 공포감이 젖어 들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현 정부의 민생문제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그저 강자들이 횡포를 부리고 힘을 행세하도록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해 다수의 약자가 힘겨워하고 있다”며 정부의 ‘초부자감세’ 기조 등을 비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한국시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는 불평등, 양극화 때문 아닌가”라며 “선진국은 세금을 덜 내고 많은 돈을 번 기업에 횡재세라는 세금까지 걷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왜 3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에 대한 세금만 깎아주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움)으로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지금 정부는 오로지 다수 약자는 죽거나 말거나 힘세고 많이 가진 초대기업, 슈퍼리치들만을 위해 일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야 할 나라가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야당이 주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를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한 것에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이 대표는 “궂은 날씨에 10·29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의 아픈 곳을 매만져주고 넘어진 국민을 일으키는 게 나라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천안으로 향하는 길에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중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두고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막말을 쏟아낸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라고 권한을 부여받는 사람들이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는지 의문”이라며 “그렇게 하는 것은 정말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편,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싸고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 간의 갈등에 따른 당내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이 대표는 “(친명계·비명계 구분은)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찰, 군대와 같은 조직에는 이견이 없이 상명하복만 있지만, 당에는 의견이 다른 사람이 모이는 게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의 이번 충청 방문은 1박 2일 일정으로 짜였다. 14일에는 세종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충북에서 타운홀 미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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