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업체들, 정부압력에 ‘종군위안부·강제연행’ 표현 수정

'종군위안부'→'종군' 빠진 위안부, '강제연행'→'강제동원' 또는 '징용'
일본 정부, 과거에 공식사용 표현인데 '부적절' 견해 채택…사실상 수정 압박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의 '평화의 소녀상'.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가 아닌 ‘위안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공식 견해를 채택한 지 5개월 만에 일본 교과서에서 사실상 ‘종군위안부’라는 용어가 사라지게 됐다. 또 일제 징용 피해자들의 성격을 상징하는 용어인 ‘강제연행’에서 본인의 뜻에 반해 억지로 데려갔다는 의미가 내포된 ‘연행’이 실종되게 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8일(현지시간) 일제 때의 위안부 및 징용에 관한 기술과 관련해 교과서 업체 5곳이 제출한 ‘종군위안부’ 및 ‘강제연행’ 표현의 삭제·변경 등 수정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승인된 내용은 현재 사용 중인 교과서 외에 내년 학기부터 사용되는 교과서에도 적용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27일 ‘종군위안부’라는 말이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순하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데려가 강제로 노역시킨 것에 대해서도 ‘강제연행’으로 일괄해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 답변서는 바바 노부유키 일본유신회 중의원 의원이 종군위안부에는 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종군위안부’나 ‘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종군위안부’와 ‘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은 1993년 8월 4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공식 문서인 ‘고노담화’에서 사용됐다.

고노담화는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안부 동원에 관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등 우익 세력은 일부 교과서에 등장하는 ‘종군위안부’ 표현을 삭제토록 해야 한다고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문부과학성에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이는 위안부 모집과 관련된 강제성이나 일본군 관여를 희석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바바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 형식을 빌려 ‘종군위안부’와 전시 노무 동원과 관련된 ‘강제연행’이란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공식 견해를 채택했고, 결과적으로 교과서 업체들이 이를 반영해 해당 내용을 수정하는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 교과서 검정기준은 각의 결정으로 표명된 정부의 통일적 견해에 근거해 해당 내용을 기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군위안부’와 ‘강제연행’ 표현의 삭제·변경을 신청한 업체는 야마카와출판, 도쿄서적, 짓쿄출판, 시미즈서원, 데이코쿠서원이다.

해당 교과서는 중학사회 1점, 고교 지리역사 26점, 공민 2점 등 총 29점이다. 이들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표현은 대부분 ‘위안부’로 바뀌었다. 야마카와출판의 ‘중학역사 일본과 세계’에 등장했던 ‘이른바 종군위안부’ 부분은 아예 삭제됐다.

시미즈서원은 ‘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기술을 유지했지만, 현재 일본 정부가 ‘위안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내용을 주석으로 덧붙였다. 일제의 노무 동원과 관련된 ‘강제연행’이나 ‘강제적인 연행’이란 표현은 ‘강제적인 동원’이나 ‘징용’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 등의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공식 견해를 채택해 사실상 교과서업체에 과거 일본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했던 표현까지 쓰지 말도록 압력을 가한 결과여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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