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추정 미국인 공동경비구역 견학중 월북…유엔사 “북이 신병 확보 중”

한미 핵협의그룹 출범 회의날 돌발상황…주한미군 월북설
북 반응없어…미국인 송환두고 북미대화 가능성도

공동경비구역 판문점 병사. 자료사진.
한미가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하고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부산항에 입항한 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국인 1명이 월북했다.

유엔군사령부는 18일 SNS를 통해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미국인 한 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현재 북한이 이 인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혹 우리 국민이나 북한 이탈주민이 월북한 적은 있으나, 외국인이 월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유엔사는 월북한 미국인의 신원 정보나 월북 배경, 사건 발생 시점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유엔사가 올린 영어 원문에서 월북자가 ‘그'(He)로 지칭된 점을 고려하면 월북 미국인의 성별은 남성으로 판단된다.

군 안팎에서는 월북한 미국인이 주한미군이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갑자기 달려갔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으나 유엔사는 일절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JSA 경비대대는 유엔군사령부의 통제를 받으며 상황 발생 시에도 한국군이 아닌 유엔군사령부에 보고하게 돼 있다. 우리 군은 혹시 모를 우발적 충돌에 대비해 대북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군 관계자는 “필요한 대비 태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유엔사가 관할하던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도 취소됐다. 유엔사는 1주일에 4회(화·수·금·토), 1회에 40명씩 한국인과 미국인 등을 대상으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한 달 전 한국 취재진에 오는 19일 견학 참여를 제안했으나 이날 저녁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이날은 한미 NCG 첫 회의가 열리고 전략핵잠수함인 켄터키함이 부산에 입항한 날이어서 대북 확장억제력을 과시하려던 한미의 스텝이 다소 꼬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는 미국인 월북이라는 통제 밖 돌발상황이 미치는 여파가 확대하지 않도록 최대한 상황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월북과 관련해 북한 외무성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에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월북한 자국민의 송환을 요구하면 북미 간 협상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북한이 자국 내 억류하고 있던 미국 국적 언론인·선교사 등의 송환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시도한 사례도 있어 이번 월북자의 송환을 두고 북미가 협상할 경우 의외의 국면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다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하며 주한미군 철수로도 비핵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기에는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무시 또는 무관심 전략으로 나오다가, 미국이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거물급을 방북시키면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행태로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양 총장은 “미묘한 시점에 발생한 이 사건이 한미 확장억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한국과 NCG를 열어 대북억제를 말하지만, 물밑에서는 자국민 송환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사건이 한미 확장억제에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인권침해국이라는 오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과거 오토 웜비어 사건이 연상되지 않게 신사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할 것”이라며 “북미 양자 외교채널 등을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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