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에 ‘대북제재 조정관’ 출신 필립 골드버그 내정

주콜롬비아·필리핀 대사 등 역임…한국에 아그레망 요청
1년 넘은 주한대사 공석상태 곧 끝나…대선 뒤에나 부임할 듯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을 지낼 당시의 골드버그 대사.
1년 넘게 공석 상태였던 주한미국대사에 과거 국무부에서 대북제재 이행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던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신임 주한대사에 골드버그 대사를 내정하고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내정자가 우리 정부에 통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아그레망을 부여하면 미국은 골드버그 대사의 지명 사실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지명자로서 상원의 인준 절차를 밟게 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국무부가 외교관에게 부여하는 최고위 직급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9년부터 콜롬비아 주재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3〜2016년에는 필리핀 주재 대사를, 2010〜2013년에는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담당 차관보를 지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2010년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 1874호의 이행을 총괄하고 관련 국제 협력을 조율한 바 있다. 북미 대화가 교착되고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긴장 국면으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과거 대북제재 이행을 담당했던 골드버그 대사가 주한대사에 내정됐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골드버그 대사는 2006〜2008년 볼리비아 주재 대사를 지내다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기피인물로 규정돼 추방 명령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모랄레스 대통령은 골드버그 대사가 보수우파 야권세력을 지원하면서 볼리비아의 분열과 정부 전복 음모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업 외교관이 주한대사로 오는 것은 2011〜2014년 주한대사직을 맡았던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 이후 처음이다. 성 김 대사 이후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정무직 인사였던 마크 리퍼트, 해군 제독 출신인 트럼프 정부의 해리 해리스가 주한대사로 일했었다. 이처럼 경험 많은 외교관을 주한대사로 지명한 것은 그가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관련 사안을 노련하게 조율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베테랑 외교관’인 리처드 홀브룩 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 사단으로도 꼽힌다. 홀브룩 전 특사는 존 F.케네디 행정부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까지 외교 일선에서 일한 외교관으로,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동아태 차관보를 역임할 당시 한국 문제에도 관여한 바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 들어 신임 주한대사 지명이 지연되고 대사대리 체제가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가 주중국대사로 지명되고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이 주일본대사로 발탁되는 등 동아시아 여타 주요국에 대한 대사 인선이 먼저 이뤄지면서 우려가 커졌다.

주한 미국대사가 정식으로 인준을 받고 부임하면 양국 간 소통을 위한 진용이 갖춰지게 된다. 다만 지명 후 상원의 인준 절차를 거쳐 부임하기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새 대사가 임기를 시작하는 것은 오는 3월 한국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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