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택한 이재명…야권연대로 총선 승부수

현행 유지로 비례뿐 아니라 지역구 연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랜 논의와 고심 끝에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며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이번 선거를 야권 연대로 치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야권 연대를 위해 준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행 제도 유지 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언한 만큼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병립형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팽팽했다.

병립형 회귀 비판을 상쇄하기 위해 비례대표와 지역구 모두에 입후보가 가능한 ‘이중 후보 등록제’ 도입 방안, 비례대표 의석(47석)을 병립형과 연동형 절반씩 나누는 안,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되 소수 야당에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안 등 대안도 논의했으나 협상 ‘카운터파트’인 여당은 병립형 회귀를 고수했다.

이에 이 대표는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위성정당인 야권 비례연합 정당을 추진하는 카드와, 병립형 회귀의 일종이지만 지역주의 완화를 명분으로 한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 카드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당시 총선용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엄밀히 보면 이 대표가 고심한 2개의 카드 모두 완전한 공약 이행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이 대표로서는 2개 선택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비판에 직면하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위성정당 금지 입법이 실현되지 않아 연동형 도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준연동형을 유지하더라도 ‘꼼수 위성정당’ 재연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병립형 회귀의 경우 공약을 정면으로 파기하는 동시에 ‘심판 대상’인 국민의힘과 손을 잡았다는 범야권의 거센 비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사무 일정상 선거법 개정 여부를 결론 내야 하는 마지노선(2월 10일)을 불과 닷새 앞둔 이날까지 결정을 미룬 것도 이러한 답답한 상황이 반영돼 있다. 결국 5일 장고 끝에 나온 이 대표의 결정은 ‘차악의 선택지’이면서도 총선 승리를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승부에서 박빙 구도가 예상됨에 따라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기치 아래 진보좌파 진영 우군 세력을 결집해 치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좌파 진영 전체가 반대하는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은 ‘보수 세력과의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자칫 아군을 적으로 돌리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가 이날 입장 발표 장소로 전통적 지지 기반의 심장부인 광주의 5·18 민주묘지를 택한 것에는 총선 승리를 위한 정면 돌파 의지가 담겨 있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대표의 범야권 연대 구상은 비례 위성정당 창당뿐 아니라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도 적용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결국 지역구 문제를 포함해서 비례 선거까지 선거에 관한 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라며 “현실적으로 경쟁을 하다 어부지리를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연대 과정에서 군소 정당들에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 개혁진영, 민주 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그 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라며 “양보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게 과연 도덕적이고 멋있고 합리적이냐는 점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거 연대를 넘어선 합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론 상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각자 존재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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