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직전 봉합된 국민의힘 내홍…윤석열-이준석 ‘다시 포옹’

윤 '지하철 인사'에 이 "관심 없다"…당직 인선안 놓고도 충돌
이준석·윤석열 잇단 의총 등장에 분위기 급반전…윤 "모두 제탓, 힘 합치자"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한국시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선대본부 운영 방식을 놓고 평행 대치하다 파국 직전의 극적 화해로 갈등을 봉합했다.

윤 후보의 당직 임명안 강행 처리와 소속 의원들의 이 대표 사퇴 결의 추진에 당 전체가 초유의 내홍에 휘청였으나,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막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일순간에 ‘해빙 무드’로 돌아섰다. 저녁 국회를 찾아 당내 의원들의 환호 속에 부둥켜안고 포옹한 이들은 이후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경기 평택에서 순직한 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사무총장단 인선 문제로 앞서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얼굴을 붉히고 돌아선지 꼭 10시간만이다. 대선을 불과 60여일 앞두고 윤 후보 지지율이 크게 출렁이는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 윤-이, ‘연습게임’·당직 인선 등 두고 종일 파열음

오전부터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어지러운 하루가 이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8시께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 대표가 전날 윤 후보 측에 제안한 이벤트로, 한때 화해 무드에 대한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에 대한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자신과 상의 없이, 자신의 요구와 다른 방식으로 지하철 인사를 했다며 기자들에게 “관심 없다”고 선을 그으며 냉랭한 기류를 이어갔다.

오전 9시 두 사람은 또 한번 충돌했다. 이번에는 인사가 문제였다. 윤 후보가 ‘윤핵관’으로 지목된 권성동 윤한홍 의원 대신 권영세 이철규 의원을 사무총장과 부총장으로 임명하려 하자 이 대표가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오전 최고위에 앞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권영세 이철규 의원의 인선안 상정에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로 인해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서로 언성을 높이며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 후보는 결국 주요 당직자 임명을 강행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소속 의원들이 ‘사퇴 요구 결의’를 논의하는 그야말로 난장판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 이 ‘탄핵’ 결의안 논의…이, ‘전략 수정’ 요구

오전 10시 열린 의원총회는 이 대표 성토장이 됐다. 애초 윤 후보에 힘을 모아주기 위해 이름도 ‘변화와 단결’이라 붙였지만, 파열음만 노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그려졌다. 초반 이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총대를 메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이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안하며 ‘신호탄’을 쐈다. 의원들이 원외 대표를 상대적으로 집단적으로 축출을 추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의원들은 이 대표를 “오만방자하다”(김태흠)거나 “사이코패스·양아치”(박수영)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대표에 대한 성 상납 의혹을 고리로 탈당 요구(송언석)까지 했다.

점심시간 정회했던 의총은 ‘비공개로 출석하라’는 의원들과 ‘공개 토론하자’는 이 대표가 옥신각신을 반복했고, 김기현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이 대표 사이로 오가며 상황 조율을 시도했다.

김 원내대표는 마지막으로 오후 4시께 이 대표실을 찾았고, 이 대표가 공개로 모두발언을 한 후 비공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마련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윗옷 안주머니에 의총에서 작성된 이 대표 사퇴 결의안을 품고 있었으나, 꺼내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결의안에는 ‘당 대표의 그간 언행에 심각한 일탈이 있었다는 데엔 의견이 일치됐다.’, ‘절대 다수 의원은 당 대표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향후 이같은 사태 재발될 경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결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재개됐다. 이 대표 연설을 앞두고 약 40명 안팎의 의원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 대표는 30분가량 이어진 공개 연설에서 “의원들이 이준석의 복귀를 명령하시면 지정한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면서도 “그 방식으로는 젊은 지지층을 같이 가져가지 못한다”고 전략 수정을 거듭 요구했다.

일부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해 “불편하다고 말씀하시면 된다”고 하자 “불편하다”(김정재)고 외치는 등 노골적으로 아쉬움을 표출했다. 연설 뒤에는 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토론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 윤-이 ‘뜨거운 포옹’…”우리 후보가 유일한 야권후보”, “모두 제 탓, 힘 합치자”

이 대표와 의원들이 함께한 비공개 토론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초반 이 대표를 성토하며 거칠었던 분위기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중재’ 분위기로 흘렀다. 이 대표가 지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인 윤영석 의원은 “마지막에 의총장을 나갈 땐 같이 손잡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훨씬 나은 결과”라고 말했고, 이헌승 의원은 “우리 당이 자당 대통령을 탄핵해서 망했는데, 자당 대표를 탄핵하자고 하면 또 망한다”고 우려했다.

밤 8시 윤 후보가 의총장 문을 열고 들어서며 분위기는 마지막으로 급반전했다. 이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저는 우리 후보가 유일한 야권후보라는 생각”이라며 “대선승리 방향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어도 진심을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던 참이었다.

특히 이 대표가 ‘또다시 이탈하면 당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으로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던 대목에 윤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며 극적인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두 시간 넘게 이 대표를 면전에 두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순식간에 ‘원팀 모드’가 펼쳐졌다.

윤 후보는 발언대로 나와 “이준석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말했다. 또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라면서 “저희가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자”고 당부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의원 전원이 참석한 의총장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뜻을 모으며 포옹했고, 의원들은 손뼉 치며 환호했다. 두 사람은 이후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자가용 전기차를 타고 평택 공사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의 조문을 위해 함께 이동했다. 뒷자리에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권영세 사무총장 겸 선대본부장이 함께 타고 동행했다. 의원들은 국회 본청 앞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 환호와 박수로 이들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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