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 군검찰 소환조사 종료…“진실이 무기”

변호인 "진술거부권 행사 않고 기소되더라도 진실 밀어붙일 것"
구속영장 기각된 지 나흘만에 소환조사…8일에 공수처 조사 출석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5일 오전(한국시간) 항명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용산구 국방부 군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군검찰의 소환조사가 시작 약 1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박 전 단장은 5일 오후 8시33분께(한국시간) 조사를 마치고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청사에서 나왔다.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 정관영 변호사는 “(군검찰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이후 있었던 일련의 과정을 타임라인(시간대)별로 꼼꼼히 조사했다”며 “답변과 질문이 많아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박 전 단장에 대해 ‘언론을 통해 허위 주장을 반복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만큼, 이번에 이런 내용이 조사 대상에 올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는 “타임라인별로 상세하게 묻고 답하는 과정이 사실상 오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오늘은 사실관계 확인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항명’에 비해서는 분량이 적었다”고 전했다. 그는 “박정훈 대령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진술 신빙성이 굉장히 힘이 있을 거라고 본다”며 “그래서 이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혹시 (군검찰이) 기소하게 된다면 법정에서까지 그 힘으로 밀어붙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박 전 단장에게 통보했다. 박 전 단장은 이보다 조금 이른 오전 9시40분께 국방부 청사에 변호인 및 해병대 전역 동기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정 변호사는 출석에 앞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사실 그대로 진술할 예정”이라며 “비장의 무기는 진실이다. 진실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기된 항명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수사단장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명령이 내려갔다고 군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그 반대로 피의자에게 명령이 내려오지 않은 것을 증명해보라는 식이라고 정 변호사는 지적했다.

아울러 국방부가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재소집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애초 (1차 심의위에서 ‘수사 중단’ 의견이 더 많았던) 결정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또 다른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단장이 윗선의 외압을 증명할 결정적 녹취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확인해보겠다”면서도 “박 대령은 메모를 꼼꼼히 했기 때문에 타임라인이 분 단위로 있다”고 언급했다.

박 전 단장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하면서 부하 두 명이 동석한 가운데 스피커폰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때 통화가 녹음됐거나 관련 기록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 변호사는 항명 사건과 별개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모 상병 순직과 관련해 재검토한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혐의자와 혐의사실이 정확하게 인지된 상태에서 넘어가야 하는데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보직해임 무효확인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오전 출석과 저녁 퇴장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다만 출석 당시 국방부 후문 일대에 경찰이 배치돼 취재진의 소속 매체를 일일이 파악하는 등 삼엄한 경계 태세를 보였다.

군검찰은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박 전 단장을 소환조사했으나 박 전 단장이 서면 진술서만 제출하고 구두 진술을 거부하며 20여분 만에 종료됐다. 이에 군검찰은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박 전 단장은 지난 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군사법원 입구까지 갔다가 출입 방법을 놓고 3시간가량 대치하다 강제구인됐다. 그날 저녁 군사법원은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 및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박 전 단장은 오는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해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는다. 그는 지난달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국방부 김동혁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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