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5주년 맞은 '작은 거인'
“유행 지나가고, 남는 건 문화”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와
내달 세종문화회관서 음악 집대성
1983년 노래 ‘못다 핀 꽃 한송이’로 KBS ‘가요 톱 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김수철은 이듬해 발매한 ‘왜 모르시나’와 ‘젊은 그대’도 대히트를 기록하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남자 가수 중 하나였다. KBS 가요대상에서 남자가수상을 받으며 인기의 정점에 오른 그때 김수철이 매진한 건 또 다른 유행가 작곡이 아니라 우리 소리를 현대화하는 국악 작업이었다.
“‘돈은 다른 가수로 버시고, 나는 내버려 둬라. 대신 국악으로 잘 됐을 때 의리를 지키겠다.’ 당시 레코드 회사에 이렇게 통보했죠. 대신 제작비 달란 말도 안 했어요. 내 돈으로 내가 한 거예요.”
1987년 이렇게 야심 차게 내놓은 국악 1집 ‘영의 세계’는 1억여원의 빚만 남기고 대중에게 외면 당했지만 그의 국악사랑은 일탈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40여년 간 25장이 넘는 국악 앨범을 내며 국악의 현대화에 전 재산과 인생을 바쳤다.
다음 달 11일(한국시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 모든 노력을 집대성한 공연을 여는 김수철(66)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시대에 모든 국악의 현대화 작업을 완성하려는 마음은 없다. 우리 음악으로 가는 다리 역할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1집의 실패 이후에도 꾸준히 국악에 매진해 온 김수철은 이후 영화 ‘서편제’ 주제가와 1988년 서울올림픽 전야제,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 등을 맡으며 서서히 결실을 거뒀다. 이번 공연은 40여년에 걸쳐 완성한 김수철의 국악 세계를 라이브 연주로 선보이는 첫 무대다.
코리아모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피리, 대금, 국악 타악기 등을 더해 구성한 100인조 동서양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김수철이 작곡한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영화 ‘서편제’의 주제가 ‘천년학’과 ‘소리길’, 88 서울 올림픽 주제곡 ‘도약’ 등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화사, 백지영, 양희은, 성시경 등 동료 가수들이 ‘정녕 그대를’, ‘정신차려’, ‘내일’ 등 김수철의 히트곡을 부르며 김수철도 ‘별리’, ‘못다 핀 꽃 한송이’ 등의 무대를 꾸민다.
1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도 직접 하는 김수철은 “국악이 이끄는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15년 전부터 계획해 온 꿈의 무대”라고 소개했다. “‘못다 핀 꽃 한송이’로 한창 잘 나가던 때도 내 이름 걸고 이렇게 큰 공연을 연 적이 없어요. 15년 전부터 내 국악 음악을 공연장에서 들려주고 싶었는데 후원사를 못 구해 번번이 좌절됐지. 결국 이번에 내 자비와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으로 공연을 열게 됐어요.”
그는 이번에 10억원 가까운 공연 제작비의 대부분을 자비로 충당한다. 좌석 일부는 문화 취약 계층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나머지 유료 좌석은 전석 매진됐지만 그에겐 “어차피 적자”인 공연이다. 첫 국악 앨범을 냈던 1987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돈 안 되는’ 길만 걸어온 그는 “나처럼 음악을 하는 놈도 하나쯤 있어야지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돈 안 되는 국악을 왜 하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좋아서 하는 거고, 자존심이에요. 우리도 (현대화된) 우리만의 문화 콘텐츠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사실 젊을 때부터 돈으로 계산하고 인기 쫓아가는 것과는 안 맞았어요. 돈 벌면 다 음악 장비 사고 공부하는 데 썼지. 그래서 가진 빌딩이나 재산은 없지만 내 손으로 세운 ‘음악 빌딩’은 정말 많아요.”
“‘돈은 다른 가수로 버시고, 나는 내버려 둬라. 대신 국악으로 잘 됐을 때 의리를 지키겠다.’ 당시 레코드 회사에 이렇게 통보했죠. 대신 제작비 달란 말도 안 했어요. 내 돈으로 내가 한 거예요.”
1987년 이렇게 야심 차게 내놓은 국악 1집 ‘영의 세계’는 1억여원의 빚만 남기고 대중에게 외면 당했지만 그의 국악사랑은 일탈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40여년 간 25장이 넘는 국악 앨범을 내며 국악의 현대화에 전 재산과 인생을 바쳤다.
다음 달 11일(한국시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 모든 노력을 집대성한 공연을 여는 김수철(66)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시대에 모든 국악의 현대화 작업을 완성하려는 마음은 없다. 우리 음악으로 가는 다리 역할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1집의 실패 이후에도 꾸준히 국악에 매진해 온 김수철은 이후 영화 ‘서편제’ 주제가와 1988년 서울올림픽 전야제,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 등을 맡으며 서서히 결실을 거뒀다. 이번 공연은 40여년에 걸쳐 완성한 김수철의 국악 세계를 라이브 연주로 선보이는 첫 무대다.
코리아모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피리, 대금, 국악 타악기 등을 더해 구성한 100인조 동서양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김수철이 작곡한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영화 ‘서편제’의 주제가 ‘천년학’과 ‘소리길’, 88 서울 올림픽 주제곡 ‘도약’ 등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화사, 백지영, 양희은, 성시경 등 동료 가수들이 ‘정녕 그대를’, ‘정신차려’, ‘내일’ 등 김수철의 히트곡을 부르며 김수철도 ‘별리’, ‘못다 핀 꽃 한송이’ 등의 무대를 꾸민다.
1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도 직접 하는 김수철은 “국악이 이끄는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15년 전부터 계획해 온 꿈의 무대”라고 소개했다. “‘못다 핀 꽃 한송이’로 한창 잘 나가던 때도 내 이름 걸고 이렇게 큰 공연을 연 적이 없어요. 15년 전부터 내 국악 음악을 공연장에서 들려주고 싶었는데 후원사를 못 구해 번번이 좌절됐지. 결국 이번에 내 자비와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으로 공연을 열게 됐어요.”
그는 이번에 10억원 가까운 공연 제작비의 대부분을 자비로 충당한다. 좌석 일부는 문화 취약 계층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나머지 유료 좌석은 전석 매진됐지만 그에겐 “어차피 적자”인 공연이다. 첫 국악 앨범을 냈던 1987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돈 안 되는’ 길만 걸어온 그는 “나처럼 음악을 하는 놈도 하나쯤 있어야지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돈 안 되는 국악을 왜 하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좋아서 하는 거고, 자존심이에요. 우리도 (현대화된) 우리만의 문화 콘텐츠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사실 젊을 때부터 돈으로 계산하고 인기 쫓아가는 것과는 안 맞았어요. 돈 벌면 다 음악 장비 사고 공부하는 데 썼지. 그래서 가진 빌딩이나 재산은 없지만 내 손으로 세운 ‘음악 빌딩’은 정말 많아요.”
그가 바라는 국악의 현대화는 우리 고유의 음악이 문화재처럼 그저 제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동시대의 문화로 지금 사람들의 삶에 녹아드는 것이다. 김수철은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경제적 지원엔 야박한 사회 분위기가 이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문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그걸 그 시대에 맞게 현대화한 콘텐츠가 있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어요. 돈만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라 이런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기업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하죠. 가진 돈을 여기에다 쏟아붓는 ‘미친놈’이 나밖에 없어요.”
록 밴드 ‘작은 거인’으로 음악을 시작해 가요, 국악, 영화 음악까지 섭렵한 김수철은 만화 영화 ‘날아라 손오공’의 주제가 ‘치키치키차카차카’를 작곡하고 한때 인도 전통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는 등 음악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해왔다.
그에게 음악은 인기나 돈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자기 삶과 철학을 담는 그릇이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대중의 인기는 “입산하면 하산하듯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화가가 평생 그림을 그리듯 저는 평생 작곡을 하는 거예요. 내가 40년 넘게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계속 공부할 게 생겨서 더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죠. 대중의 인기는 잠시 몇 년 머물다 가는 거고, 그 나머지를 채우는 건 내 철학과 내 삶의 희로애락이에요. 유행은 지나가는 것이고, 남는 건 인간을 본질에 둔 문화고 예술이죠.”
그는 이번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을 가지고 세계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여기에서 만족할 거면 일을 벌이지도 않았다”는 그가 음악을 대하는 마음은 40여년 전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부르던 스물여섯 청년이던 때와 달라진 게 없다.
“‘못다 핀 꽃 한송이’는 사랑 노래 같지만, 사실 한 분야에 평생을 바친 위인들을 뒤따라 그들이 못다 피운 꽃을 내가 피우겠다고 말하는 곡이에요. 지금 내 마음이 그때와 똑같아. 그때는 몸이 팔팔했고 지금은 좀 힘들다는 거, 그 차이 뿐이지.(웃음)”
“전통문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그걸 그 시대에 맞게 현대화한 콘텐츠가 있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어요. 돈만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라 이런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기업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하죠. 가진 돈을 여기에다 쏟아붓는 ‘미친놈’이 나밖에 없어요.”
록 밴드 ‘작은 거인’으로 음악을 시작해 가요, 국악, 영화 음악까지 섭렵한 김수철은 만화 영화 ‘날아라 손오공’의 주제가 ‘치키치키차카차카’를 작곡하고 한때 인도 전통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는 등 음악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해왔다.
그에게 음악은 인기나 돈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자기 삶과 철학을 담는 그릇이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대중의 인기는 “입산하면 하산하듯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화가가 평생 그림을 그리듯 저는 평생 작곡을 하는 거예요. 내가 40년 넘게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계속 공부할 게 생겨서 더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죠. 대중의 인기는 잠시 몇 년 머물다 가는 거고, 그 나머지를 채우는 건 내 철학과 내 삶의 희로애락이에요. 유행은 지나가는 것이고, 남는 건 인간을 본질에 둔 문화고 예술이죠.”
그는 이번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을 가지고 세계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여기에서 만족할 거면 일을 벌이지도 않았다”는 그가 음악을 대하는 마음은 40여년 전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부르던 스물여섯 청년이던 때와 달라진 게 없다.
“‘못다 핀 꽃 한송이’는 사랑 노래 같지만, 사실 한 분야에 평생을 바친 위인들을 뒤따라 그들이 못다 피운 꽃을 내가 피우겠다고 말하는 곡이에요. 지금 내 마음이 그때와 똑같아. 그때는 몸이 팔팔했고 지금은 좀 힘들다는 거, 그 차이 뿐이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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