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예선 앞두고 포듐 훈련 성공리에 마무리
"달리기·공중 회전 다 좋아"
‘도마 황제‘ 양학선(29·수원시청)의 얼굴에 웃음이 환하게 번졌다. 올해 세 번 본 표정 중 가장 밝았다. 9년 만의 올림픽 정상 탈환의 꿈도 익어가는 모습이다.
양학선은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을 앞두고 21일(현지시간) 도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포듐 훈련을 했다. 포듐 훈련은 실제 경기가 열리는 무대에서 실전과 같은 시간에 하는 연습으로 선수들은 대회 전 딱 한 번만 할 수 있다. 경기장 분위기와 기구의 감촉 등을 느끼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
양학선은 주 종목인 도마에서 4번을 뛰어 한 번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얼마나 정확하게 착지하느냐에 따라 메달 색깔이 갈리는 도마에서 양학선은 두 번은 손을 짚고 뒤로 넘어졌다. 나머지 두 번도 똑바로 서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그런데도 신형욱 체조 대표팀 감독이나 양학선 모두 ‘이젠 됐다‘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신 감독은 “양학선이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자신의 기술인 ‘양학선 1′(난도 6.0점)을 다 펼쳐 자신감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남은 기간 조금만 파워를 키운다면 착지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훈련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양학선은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햄스트링) 트라우마를 깨서 너무 기쁘다“며 “경기 날짜가 다가오면서 느낌도 살아나고, 예전 내가 펼쳤던 양학선 1 기술을 다시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이어 “뜀틀을 향해 달리기도 너무 잘했고, 공중 동작도 좋았다“며 “착지가 아쉬웠지만,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연습했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양학선은 “24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리는 단체전 예선이 결선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예선에서 다 보여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양학선이 도마 결선에 오르려면 24일 단체전 예선 때 도마 1, 2차 시기 평균 점수로 상위 8명 안에 들어야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도마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안은 양학선은 9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아킬레스건 부상과 햄스트링으로 결장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난도 6.0점짜리 양학선 1과 5.6점짜리 쓰카하라 트리플 기술을 구사하는 양학선은 기술 난도만 따지면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그러나 고질이 된 햄스트링이 그를 괴롭혔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예선 1위로 도마 결선에 올랐지만, 정작 결선에선 두 번 모두 착지에서 실패해 최종 8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올해 4월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D-100 행사 때 양학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실전을 많이 뛰지 못한 건 큰 문제 없다“며 “긴장감을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났다“고 타고난 강심장을 자랑했다. 호언장담했지만, 이때만 해도 양학선의 몸은 대회를 뛸 상태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진천선수촌의 문이 닫혔고, 재입촌 후 5개월간 다시 경기에 출전하게끔 페이스를 끌어 올리던 터였다.
6월 경북 문경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양학선은 햄스트링 부상 우려 탓에 제대로 기술을 펼치지도 못했다. 화려한 공중 동작을 위해선 폭발적인 주력이 필수였지만, 근육통이 재발할까 봐 전력으로 뛸 수 없었다. 결국 대한체조협회는 양학선의 기량과 런던올림픽 때 공헌도를 고려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며 ‘조건부‘ 꼬리표를 달고 양학선을 대표로 뽑았다.
양학선은 당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대표로 뽑히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조건부 대표로 뽑힌 뒤에는 체조 선배들과 협회에 감사의 뜻을 건네기도 했다.
진천 선수촌에서 트라우마 극복에 안간힘을 쏟던 양학선은 7월 9일 올림픽에 출전해도 좋다는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고 단체전 4번째 멤버로 도쿄행 막차를 탔다. 부상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초조함과 긴장감이 양학선을 짓눌렀지만, 그는 도쿄올림픽 본 경기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연습에서 마침내 자신감을 찾았다.
미국 체조전문잡지 인터내셔널 짐내스트는 양학선을 이번 올림픽 도마 금메달 후보로 예상했다. 기술 난도와 기술 수행 능력은 최고이기에 꾸준함만 곁들인다면 정상에 복귀할 것으로 평가했다. 아리아케 체조경기장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올리겠다는 양학선이 웃음과 함께 비상을 시작했다.
Bay News Lab /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