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경영진·브로커 법정에…자문단 역할 확인중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금융권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소환조사하면서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뒤 9개월간 펀드 사기의 주범인 옵티머스 경영진과 이들 옆에서 브로커로 활동하며 돈을 챙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펀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옵티머스가 장기간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던 배경에 정관계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수사팀은 이르면 오는 5월 말 차기 검찰총장 임명에 따른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어 그 안에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 투자금 1조 넘게 모아 딴짓한 옵티머스 경영진
26일(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옵티머스 수사는 지난해 6월 22일 NH투자증권 등 펀드 판매사들이 옵티머스 임직원을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곧바로 옵티머스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고, 약 한 달 만에 김재현 대표와 2대 주주인 이동열 이사, 옵티머스 이사인 윤석호 변호사 등 핵심 인사들을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8년 4월〜2020년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2천900명으로부터 1조2천억원을 끌어모아 실제로는 부실채권 인수·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코스닥 상장 화장품 회사 스킨앤스킨의 고문 유모씨도 법망을 피하지 못하고 구속기소됐다.
◇ 작년 10월 인력 보강하며 수사 ‘2라운드‘
검찰은 지난해 9월 정기인사 뒤 사건을 기존 조사1부에서 경제범죄형사부로 재배당했다. 이후 이른바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정관계 로비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총 18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수사는 펀드 자금의 사용처 확인과 정관계 로비 의혹 두 갈래로 진행이 됐다. 그 결과 검찰은 옵티머스 측 브로커로 활동한 4인방을 모두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김 대표와 공모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을 상대로 투자금을 받아 1천60억원을 가로챈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 ‘신 회장‘으로 불린 전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씨와 김모씨, 4개월간 도피하다 이달 초 검거된 기모씨가 핵심 브로커들이다.
신씨 등 3명은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김 대표에게서 2천만원을 받아 가고, 지난해 1월엔 옵티머스 자금으로 인수된 선박용품 제조업체 해덕파워웨이의 소액주주 대표에게 6억5천만원가량 뒷돈을 건네며 의결권 행사를 청탁한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은 김 대표 등 주범 3명도 펀드 투자금 29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적용해 추가 기소하기도 했다.
◇ 양호 나라은행장 조사…’옵티 고문단‘ 역할 밝혀낼까
옵티머스 브로커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최근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한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 24일 옵티머스의 금융권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옵티머스의 최대 주주이기도 한 양 전 행장은 풍부한 금융권 인맥을 바탕으로 옵티머스가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는 옵티머스가 2017년 말 최소 영업자본액 미달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 시정조치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가 유예받을 때 양 전 행장이 중개 역할을 했다고 적혀 있다.
양 전 행장 외에 옵티머스 고문단에는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참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 고문단이 옵티머스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로비 목적으로 고문 활동을 했거나 그 과정에 뒷돈이 오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들이 불법 행위에 관여했다는 구체적 정황이나 증거가 발견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호 변호사의 부인이자 옵티머스 주주였던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여전히 미궁이다.
옵티머스 관계사인 트러스트올이 지난해 2〜5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종로구 사무실 복합기 사용 요금 76만원을 대납했다는 의혹도 수사를 받던 이 전 대표 측근 이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옵티머스 측에서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고위급 인사는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이 유일하다.
그는 김 대표 등에게 펀드 투자 유치, 경매 절차 지연, 각종 대출 등과 관련한 금융계 인사들을 소개해 준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4천700만원을 받고, 4천500만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았다.
◇ 대규모 인사 전 수사 마무리…범죄수익 환수 절차도
검찰은 수사팀에 충원된 검사들의 파견 기간과 새 총장 임명 후 예상되는 대규모 인사를 고려해 그 전에 가급적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0월 전담 수사팀을 꾸릴 때 수사팀은 총 5명의 파견 검사를 받았다. 이 중 4명에 대해선 4월까지 파견이 연장됐다. 최장 파견 기간이 6개월이라 이후 이들은 원소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기 총장이 5월 중순이나 말께 임명되면 후속 인사가 대규모로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수사뿐 아니라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절차도 차곡차곡 밟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60여 곳의 펀드 자금 사용처 중 33곳과 관련된 재산은 29건에 걸쳐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 중 28건은 자산 동결 결정을 내렸고 마지막 1건은 현재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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