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방북 제안에 교황도 화답…임기말 한반도평화 불씨 살릴까

교황 "초청 오면 기꺼이 간다"…'평화 메신저' 의지 재확인
북한 코로나 상황 등 변수…"문대통령 임기 내 쉽지않아" 신중론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평화의 십자가 설명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년 만에 한 방북 제안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화답하면서 교황의 방북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방북이 성사된다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가 문 대통령의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어서 성사 여부가 더욱 주목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9일 교황청을 방문, 오전 10시30분 부터 20분간 교황을 단독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을 돕기 위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분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나”라는 말로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 나선 문재인 대통령.
이 같은 메시지는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교황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필요한 동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교착 상태인 남북 관계를 풀 작은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교황청 방문에 이례적으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동행하도록 하는 등 남북대화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큰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이는 비핵화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남북대화와 북미협상의 교착상태에 변화를 주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특히 ‘평화의 사도’라 상징성을 가진 교황이 방북이야말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강력한 추동력이 될 수 있다. 교황은 3년 전에도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방북 제안에 대해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다만 방북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실제 방북에 가장 큰 관건은 북한의 태도지만, 아직 북한의 교황 초청 의사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 북미 대화가 크게 위축되면서 교황의 방북과 관련한 진전은 전무한 상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를 대표하는 교황의 평양 방문이 대내외적 선전용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있긴 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주요 국가가 백신 접종 확대 덕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방역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초 국경을 아예 봉쇄한 이후 8월에는 국경 1〜2㎞ 내에 방역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접근한 사람과 짐승을 무조건 사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인도적 지원 업무를 하는 국제기구 직원도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북한 주재 중국대사도 아직 부임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한이 내년 대선 후 새롭게 들어설 정부와의 관계 정립에 초점을 맞춘다면 문 대통령 임기 내 방북에 굳이 속도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 나선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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