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출판된 위안부 피해자 증언 소설 ‘한 명’ 2쇄 돌입

번역가 주찬 풀턴(좌측)과 브루스 풀턴(우측) 교수 부부

코로나19 사태 속 출판, 홍보 어려운 상황서도 입소문으로 관심 확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한 장편 소설이 미국에서 2쇄에 들어간다.

문학 작품의 상업적 성공 기준으로 꼽히는 초판 소진을 앞둔 작품은 지난해 9월 미국 시장에 출판된 동인문학상 수상자 김숨(46) 작가의 장편소설한 명이다.

이 책을 ‘One Left’란 제목으로 번역한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와 부인 주찬 풀턴씨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출판사인 워싱턴대 출판부가 2쇄 출판 계획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위안부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첫 번째 장편소설로 꼽힌다.

평택에 거주하는 90대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13세 때 만주로 납치돼 겪은 일을 회상하는 것이 내용의 큰 줄기다.

소설의 형식을 취했지만,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피해자들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작가가 2년여에 걸쳐 300개가 넘는 피해자의 증언을 읽고, 연구했기 때문이다.

풀턴 교수 부부는 41년간 영미권에 한국 문학을 소개한 유명 번역가이지만, 위안부 문제를 다룬 이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선 적지 않은 난관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32개의 미국 출판사가 출판을 거부했다.

부인 풀턴씨는번역본을 읽어본 출판사들은 하나같이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작품이긴 하지만 우리 출판사에 맞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고 거절했다고 회상했다.

출판 거부 결정 이유를 자세히 밝히진 않았지만,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소설을 내는 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풀턴 교수 부부는 끈질기게 출판사를 찾았고 결국 워싱턴대 출판부와 계약에 성공했다.

출판 이후에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책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출판사가 출판을 거부했던 것처럼 미국의 주요 신문사들은 책을 소개하지 않았다.

이에 풀턴 교수 부부는 지역별 북 클럽이나 한국 문학에 대한 대학 강연 등을 통해 소설을 홍보했다. 이에 일부 대학의 한국 문학 강좌에선 이 소설을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풀턴 교수는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김숨 작가의 소설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이 소설의 목적은 과거의 상처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치유하자는 것이라며작가는 마치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무당처럼 역사 속에 망각된 피해자들을 연결해 상처를 어루만졌다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치유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풀턴 교수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를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대해시끄럽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풀턴 부인은램지어 교수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독자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선 어디든지 가서 강연하겠다는 것이 풀턴 교수 부부의 포부다.

한편 부인 풀턴씨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한국학을 키우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