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판매 화장품 절반서 불임·암 유발 독성물질 검출”

마스카라·립스틱·파운데이션 등 인체 유해 과불화화합물 함유

생식기능 저하·암 유발 위험…의회, 규제 움직임

마스카라를 칠하는 여성.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북미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의 절반가량에서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PFAS)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밝혔다. 프라이팬 코팅제나 패스트푸드 포장용지 등에 쓰이는 PFAS는 간을 손상하고 불임이나 암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전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물질이다.



15일 AP통신, 가디언 등 언론들에 따르면 노터데임대 연구팀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마스카라와 파운데이션 등 화장품 230개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PFAS가 다량 검출됐다는 연구 보고서를 최근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 레터스’에 게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파운데이션과 눈 화장품의 56%, 립스틱의 48%, 마스카라의 47%에서 PFAS가 검출됐다. 특히 생활방수 기능이 있는 마스카라 제품군의 82%에서 PFAS가 검출돼 이 물질이 화장품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연구팀은 로레알, 클리니크, 메이블린, 에스티로더, 스매시박스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조사대상으로 했으나, 어느 브랜드의 제품에서 PFAS가 검출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PFAS는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 등이 쉽게 스며들거나 오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과불화화합물이 분해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체내에 오래 남아 생식기능 저하와 암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호르몬을 교란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동물실험에서는 체중 감소,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혈액응고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 변화 등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노터데임대 그레이엄 피즐리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면서 PFAS는 인체로 들어가면 축적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위험과 더불어 장기적인 위험성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미 연방정부와 의회에서 PFAS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상원 초당파그룹은 PFAS를 화장품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 의회는 PFAS와 관련한 전국적인 음용수 기준 제정도 고려 중이다. 환경보호청(EPA) 역시 PFAS 사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준비 중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리처드 불루멘털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PFAS에 관해서는 좋은 것도 안전한 것도 없다”면서 “이 화학물질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자신의 얼굴에 바르는 숨겨진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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