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1982년 이후 첫 MDL 넘어 도주…북한에 군사정보 제공 우려”

CNN 등 외신 "북, 월북미군 가치판단 미지수…미 외교적 골칫거리 우려"
"북 입장선 최고의 협상 카드"…협상 창구는 스웨덴 주재 미대사관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국군 장병. 자료사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은 1982년 이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도주한 미군으로 추정된다. CNN 방송은 19일 이같이 보도하고 “이는 고립된 상태에서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동맹인 한국과 함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킹은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시비 끝에 한국인의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사법 처리되지 않았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 문을 수 차례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에 따라 올해 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수용시설에 47일간 구금됐고 석방 후 한국 내 미군기지에서 약 1주일 동안 감시를 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CNN은 “북미 관계는 수십년간 긴장을 이어왔지만, 특히 최근 들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2019년 북미 대화 종료 이후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로 양국 사이의 긴장은 한층 고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부터 전례 없는 수준의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확장억제 강화를 비롯해 한미가 한층 밀착하며 북한의 도발 강도 역시 수위를 더하고 있다. 북한은 전날에도 한미 간 새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출범과 미국 전략잠수함(SSBN)의 부산 입항에 맞춰 동해상으로 두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으로 도망친 탈주자는 북한 거주를 허가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종종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당해 왔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미가 각자 의도와 무관하게 대화에 나설 물리적 여건이 조성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평양에 대사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사관을 둔 스웨덴의 미국 대사관이 창구를 담당해 왔다.

CNN은 “킹이 북한에 어떤 군사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사병으로서 그가 최고 수준의 정보에 접근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군 부대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지 배치 및 병력 수 같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킹은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의 협상카드이며, 킹을 선전 목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며 “한국전쟁 이후 수십년간 소수의 미군 병사가 북한으로 도망치긴 했지만 최근에는 탈북 사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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