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라이번 피아노콩쿠르 우승 차지한 임윤찬…18세 나이로 정상 ‘역대 최연소’

'세계 3대 콩쿠르' 버금가는 대회
"신들린 듯한 연주" 무대 압도
청중상·현대곡상까지 3관왕
선우예권 이어 두 대회 연속 한국인 우승
임윤찬 연주에 심사위원장 눈물 훔치기도

반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하는 임윤찬. ⓒ반클라이번콩쿠르/목프로덕션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이 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인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18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종라운드에서 임윤찬은 5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최고 점수를 얻어 1위(금메달)를 차지했다. 2위는 러시아의 안나 지니시네(31), 3위는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초니(28)가 차지했다.

임윤찬은 전 세계 클래식 팬 3만명이 참여한 인기투표 집계 결과에 따라 청중상도 받았다. 또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한 경연자에게 주는 비벌리스미스테일러 어워드까지 차지해 3관왕에 올랐다. 임윤찬은 콩쿠르 1위 부상으로 상금 10만달러와 함께 음반녹음 및 3년간의 세계 전역의 매니지먼트 관리와 월드 투어 기회를 갖게 된다.

지난 14~18일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홀에서 열린 결선 무대에서 임윤찬은 콩쿠르 심사위원장인 마린 앨솝의 지휘로 포트워스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C단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했다.

특히 결선 두 번째 곡인 지난 17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무대에서는 신들린 듯한 강렬한 연주라는 평가와 함께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협연을 지휘한 마린 앨솝이 감정에 겨운 듯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때부터 이미 ‘이번 대회 우승은 임윤찬’이라는 얘기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2004년 2월생인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출전 제한 연령(만 18~31세) 하한선인 만 18세로,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 오른 6명(아랫줄 가운데가 임윤찬)이 지난 13일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베이스퍼포먼스홀 무대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세계음악콩쿠르국제연맹(WFIMC) 제공.
당초 올해 대회는 작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1년 연기됐다. 작년에 만 17세로 참가 자격이 되지 않았던 임윤찬은 대회가 1년 미뤄진 덕분에 이 콩쿠르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기존 최연소 우승자는 2009년 손열음이 2위를 했을 당시 공동우승자 중 한 명인 중국의 장하오첸(당시 19세)과 1969년 우승자 크리스티나 오르티즈(19세)였다. 직전 대회인 2017년에 한국인 최초로 이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은 당시 28세였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냉전 시절이던 1958년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리는 대회로, 올해로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세계 3대 음악경연대회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 북미의 대표 피아노 콩쿠르다. 1962년 시작해 4년 주기로 열리는 이 대회의 역대 우승자를 보면 라두 루푸(1966년), 알렉세이 술타노프(1989년), 올가 케른(2001년) 등 거장들이 많다.

올해 대회에는 한국의 김홍기(30), 박진형(26), 신창용(28)도 예선을 통과해 준결선까지 올랐지만 임윤찬만 결선에 진출했다. 신창용은 레이먼드 E. 버크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일곱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임윤찬은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2020년 수석으로 졸업한 뒤 홈스쿨링을 거쳐 작년에 한예종에 영재전형으로 입학했다. 현재 손민수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으며, 해외에 유학한 적이 없다.

임윤찬은 2018년 세계적인 주니어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청소년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위와 쇼팽 특별상을 수상한데 이어 2019년 만 15세 나이로 윤이상국제콩쿠르에서도 최연소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괴물 같은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임윤찬은 평소 감정 표현이 많지 않고 말수도 적지만, 무대 위에만 오르면 10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고 대담한 작품 해석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도 이런 자신의 장점을 완벽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압도적인 연주로 화제가 된 결선에서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와 함께 준결선에서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는 콩쿠르 전체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무대로 꼽힌다.

본선 1차부터 어린 피아니스트가 구사할 수 없는 깊은 음악성과 고난도의 프로그램으로 다른 참가자와 확실하게 차별화를 했다는 평가가 많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웹방송 해설자인 미국의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로는 임윤찬의 결선 두 번째 연주(라흐마니노프 협주곡)가 끝나고 “정말 일생에 한 번 있는 연주였고, 이런 연주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면서 “음악의 힘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경쟁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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