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국민연금 2천451억원 손실

올해 1월 현재 8년간 잠정 누적 투자손실액

26일 오전(한국시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참여연대 등 5개 단체가 연 '엘리엇 1천300억원 배상에 따른 국고 지출 이재용·박근혜 책임 추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국고 손실을 회수할 방안 마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이 합병 삼성물산에 대한 주식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한국시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국민연금 손익현황’ 자료에 따르면,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2015년 9월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한 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말 현재까지 8년간 누적으로 2천451억원의 투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진행되던 2015년 당시 국민연금은 (구)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합병 후 국민연금 손익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합병된 바로 그해 2015년에 2천71억원의 손실이 생긴 데 이어 2016년 1천943억원 손실, 2017년 82억원 손실, 2018년 2천366억원 손실 등 4년간 연속으로 손실을 보았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2019년 676억원 이익, 2020년 5천338억원 이익을 실현하며 그간의 손실을 만회했지만, 2021년 다시 2천398억원의 손실, 2022년에도 277억원 손실을 보며 만회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2023년 1월 한 달간의 실적은 672억원 이익을 나타냈다.

이런 실적 추정치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개별 종목별 손익현황은 반드시 공시해야 할 사항은 아니어서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렇게 큰 손실을 보며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 관계자는 “주식 손익의 원인은 시장 환경, 산업 특성, 기업실적 등 다양하고 이들 여러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빚은 결과이기 때문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라는 요인 한 가지만으로 국민연금 손익현황을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비율 합병에 찬성한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맞물려 빚어진 것으로 일련의 사법절차 과정에서 확인됐다.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대략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꾸는 합병을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일가에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 가치는 낮게 합병비율(1:0.35)이 책정돼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손해를 볼 게 뻔한데도 정권의 외압으로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문제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재판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 판정을 받아내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범죄적 부패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제기했다.

이 국제투자 분쟁에서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의 일부 패소를 결정하며 엘리엇에 약 690억원과 법률비용, 지연이자 등을 합쳐 약 1천3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맞서 우리나라 정부는 중재재판소의 판정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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