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를 찾는 여배우 하면 떠올릴 법한 우아한 드레스 대신 나비넥타이와 턱시도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주연 배우 전도연은 “오늘을 잊지 못할 거 같다.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는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주인공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휘말리는 사건·사고와 그 과정에서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리게 되는 ‘보통 엄마’로서의 현실적 고민을 이질감 없이 풀어나간다.
영화 ‘밀양'(이창동)으로 ‘원조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후 제한적인 캐릭터에 “답답했다”는 전도연은 그간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2시간 20분가량의 러닝타임 내내 ‘반칙 없는’ 액션 연기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직장에서는 능력을 인정받는 ‘원톱’이지만, 마트 문이 닫히기 전 빨리 퇴근해야 하고, 학교 폭력에 휘말린 딸의 문제로 고뇌하는 영락없는 보통 엄마의 얼굴이 곳곳에 녹아 있다. ‘킬'(kill)을 연상시키는 성씨와 다소 촌스러운 ‘복순’이란 이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