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독종(tough cookies)입니다. 타이거 맘(자녀를 혹독하게 훈육하는 엄마)이기도 하죠.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한국계인 영 김(58) 미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은 21일 방영된 CNN방송 인터뷰에서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역시 한국계인 같은 당 미셸 박 스틸(65) 하원의원도 출연했다.
이들 의원은 최근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시아계 겨냥 혐오를 규탄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서 전면에 나섰다. 애틀랜타 총격 참사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조명하기 위해 열린 하원 청문회에도 나란히 증인으로 나와 폭력 근절을 강력히 촉구했다.
CNN은 이민자 출신인 두 여성이 정치에 발을 들여 현재 공화당을 대표하는 아시아계 여성의원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30년지기 친구라고 방송은 소개했다. 1980년대 중반 각자 남편을 통해 친해진 후 함께 자녀들을 돌보고 휴가도 같이 가는 각별한 사이로 발전했다. 다만 정치에는 김 의원이 조금 더 일찍 입문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괌에서 자란 김 의원은 MBA 학위 취득 후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다. 김 의원은 캘리포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친한파 에드 로이스 전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1990년부터 21년간 근무하며 정치적 역량을 키웠다. 지난해 그는 로이스 전 의원과 같은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19세 때 미국에 이민 온 박 의원은 당초 정치 입문의 뜻이 없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은 ‘절대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 주부인 게 좋고,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가족 휴가도 가는 게 좋다‘라고 말하곤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가 부당한 세금고지서를 받은 일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박 의원은 2006년 한인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에 당선돼 선출직 공직자로 첫발을 내디뎠고 오렌지카운티 2지구 수퍼바이저(행정책임자)를 연임했다. 지난해 하원의원 선거까지 합쳐 5차례 선거에서 연승해 한인 사회에서 ‘선거의 여왕‘으로 통하게 됐다.
두 의원은 백인 남성이 주류인 공화당에서 자신들이 다양성 확대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의 추종자로 알려진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하원의원의 언행을 함께 비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공화당에 그런 발언이 설 자리가 없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내보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오랜 친구인 두 의원이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어서 크게 도움 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 지역사회, 특히 한국계 미국인 사회를 제2의 지역구로 두고 있다고 항상 느낀다“라면서 이들을 잘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