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노리는 파킨슨병, 운동 지속 땐 위험 ‘뚝’”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134만명 분석
“우울증이어도 관심 있는 운동 오래하면 효과”

파킨슨병. 출처: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파킨슨병은 뇌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 세포들이 점차 죽어가면서 나타나는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이다. 몸의 떨림과 경직, 느린 동작(서동증), 자세 불안정 등이 주요 증상이다.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진 게 없고, 근본적인 치료제도 없다. 환자에게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는 수준의 약물치료가 이뤄진다. 국내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환자의 10년 내 사망률이 47.9%로 집계됐다.

이런 파킨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 질환 중 하나로 우울증이 꼽힌다. 여러 연구에서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파킨슨병이 생길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최대 3.2배까지 높았다. 또 파킨슨병 환자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이 먼저 찾아왔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 우울증이 생겼더라도 하던 운동을 꾸준히 하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안지현 교수, 숭실대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가건강검진 코호트를 이용해 2010~2016년 우울증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 134만2천282명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5일(한국시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 평균 추적관찰 기간(5.3년)에 전체 연구 대상자 중 8천901명(0.7%)이 파킨슨병을 추가로 진단받았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와 대조군을 대상으로 운동이 우울증 환자의 파킨슨병 유발 위험을 낮출 수 있을지 들여다봤다. 그 결과 우울증 발병 이전부터 꾸준히 운동했고, 발병 이후에도 운동을 지속한 사람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도 낮았다.

연구팀은 우울증 발병 전후로 운동을 지속한 사람들의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 견줘 11% 낮은 것으로 추산했다. 반대로 우울증 진단 후 운동을 중단한 경우에는 파킨슨병 위험이 9%가량 증가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우울증으로 인한 파킨슨병 유발 위험보다 운동이 파킨슨병을 막는 예방효과가 더 크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운동예비능'(Motor reserve)이란 개념으로 이 같은 현상을 풀이했다.

운동예비능이란 평소 운동으로 다진 ‘운동능력’이 뇌 기능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운동능력 저하를 막거나 늦추는 효과를 말한다. 위기 순간에 대처할 운동능력을 미리 저축해뒀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전홍진 교수는 “꾸준히 운동한 사람들은 이런 운동예비능이 충분한 상태여서 우울증 발병이란 위기 상황에서 파킨슨병과 같은 추가 위험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우울증 진단 이후 운동을 시작한 경우에는 이 같은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운동예비능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이 우울증과 관계없이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기도 하다.

전홍진 교수는 “운동은 파킨슨병뿐 아니라 우울증을 완화하고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면서 “무슨 운동을 할지 고민이 된다면 생활 속에서 평소 관심을 가져온 종목을 정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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