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이상한 한국 차별…일본 관광객은 격리 면제, 한국인은 유지

이탈리아 보건당국, 일본·미국·캐나다 등에 '그린 패스' 적용

외교부, 이탈리아에 "방역 우수 한국 적용돼야" 입장 전했지만 바뀌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 입국으로 활기를 띠는 이탈리아 로마의 관문 피우미치노 국제공항.
‘입국 외국인 격리 의무 일본인에겐 풀고, 한국인에겐 유지?’

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만 놓고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실제 이런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달 1일(현지시간)부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함께 노르웨이, 스위스, 미국, 캐나다, 일본, 이스라엘 등에서 오는 입국자에 한해 디지털 코로나19 증명, 이른바 ‘그린 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그린 패스는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해 항체가 있는 사람,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최대 10일간의 격리 의무 없이 자유로운 입국·여행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유럽 역외 국가 4개국은 현지 보건당국의 자체 판단에 따라 선정된 국가들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원래 이탈리아 정부의 코로나19 여행자 방역 분류상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르완다, 싱가포르, 태국 등과 함께 확산 위험이 낮은 국가 그룹에 묶여 있었다.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국인 관광객이 공항 측으로부터 '웰컴 기프트'를 받는 모습.
이탈리아의 이번 조처에 대해 현지 한국 교민사회 등에서는 일본이 포함될 정도의 기준이라면 한국이 빠질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 우수한 방역 역량과 성과를 높이 사는 해외 평가 사례는 제쳐두더라도 객관적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정보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한국의 1차 백신 접종자 인구 비율은 30%로, 세계 최상위권인 캐나다(68%), 이스라엘(65%), 미국(54%) 등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23.7%)보다는 앞선다.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의 경우 대체로 한국과 일본 모두 12〜13명대에서 형성되나, 인구 100만 명당 총확진자 수는 일본이 6천370명으로 한국(3천122명)의 두 배 이상이다. 인구 100만 명당 피검사자 수는 일본이 13만1천여 명으로 한국(20만8천여 명)보다 오히려 적다. 인구 100만 명당 신규 사망자 역시 일본은 0.2명으로 한국(0.04명)의 5배, 총사망자 수는 116.92명대 39.52명으로 3배 수준이다.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의 경우 백신 접종률만 높을 뿐 지표상 코로나19 상황이 한국보다 결코 낫다고 보기 어렵다. 단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각각 39.87명, 30.12명으로 월등히 많다. 14명 수준인 캐나다 정도가 한국과 비교 가능한 수준이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Euro2020)와 맞물려 북적이는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
대한민국 외교부도 지난달 말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 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그린 패스 대상국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전달했으나 이달 1일 시행 대상 국가 리스트는 끝내 바뀌지 않았다.



특히 현지 보건당국은 어떤 기준으로 유럽 역외 대상국이 정해졌는지를 궁금해하는 우리 측 질의에 ‘국별 기준에 따라 검토한 결과’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을 뿐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방역 기준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경제적 또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이탈리아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는 100만 명으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1인당 소비액은 다소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일본에 우호적인 이탈리아인들의 정서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우호적이라는 전제 아래 향후 그린 패스 적용 대상국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인데다 이번 한국 측의 요청 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조만간 긍정적인 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우리 외교부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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