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 ‘종군위안부’ 표현 변경에 일본서도 우려 목소리

"교과서 업체에 정부 견해 일방적 강요"…과잉 개입 비판
가토 관방장관 "적절한 교육 차원서 매우 중요" 억지 주장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하루 앞둔 13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 모습.
일본 교과서 업체들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 정부의 견해를 반영해 위안부와 징용 관련 표현을 변경한 것을 둘러싸고 교과서 기술 내용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종군위안부’라는 말에는 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는 뜻이 담겨 있어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순하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올해 4월 27일(현지시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이 답변서에는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데려간 것에 대해서도 ‘강제 연행’으로 일괄해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

야마카와출판 등 일본 교과서 업체 5곳은 이를 근거로 ‘종군위안부’ 및 ‘강제 연행’ 표현의 삭제·변경 등을 신청했고, 주부 부처인 문부과학성은 지난 8일 승인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해당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표현은 ‘위안부’로 바뀌거나, 1993년 ‘고노 담화’ 형식으로 일본 정부 공식 문서에 명기됐던 ‘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은 사라지게 됐다. ‘강제 연행’이나 ‘강제적인 연행’이란 기술도 ‘강제적인 동원’이나 ‘징용’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게 됐다.

1993년 8월 4일 발표된 ‘고노 담화’는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안부 동원에 관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일본 정부의 공식 문서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교과서의 기술이 정부 견해에 근거하지 않을 경우 검정규칙에 따라 교과서 발행사가 정정을 신청해야 한다”며 “이번 신청은 지난 4월 27일 새롭게 정리된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바탕으로 교과서 발행사가 대응한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처럼 교과서 기술이 개선된 것은 아이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가토 장관이 언급한 검정규칙은 민간 교과서 제작업체가 제작한 초중고 교과서를 문부과학성이 심사해 사용 가능 여부를 판정해 주는 기준이 된다. 일본 학교교육법은 문부과학상(장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용 도서(문부성 검정필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과서 검정 제도가 일본 헌법 제21조에 규정된 ‘검열의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검정에서 떨어진 교과서가 일반 도서로 판매되는 것은 금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열은 아닌 것으로 판단해 위헌성을 부인했다. 교과서에 기술된 표현이 일본 정부의 표기와 어긋날 경우에는 검정규칙에 따라 교과서 발행자가 정정 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아베 정권 시절인 2014년 1월 교과서에서 근현대사를 다룰 때 정부 견해를 존중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으로 검정기준을 보완했다. 그러나 다무라 도모코 일본공산당 정책위원장은 교과서 업체가 검정기준에 맞춰 ‘종군위안부’ 등의 표현을 변경한 것과 관련해 “정부 견해를 일방적으로 강요한 게 아닌가”라며 교과서 내용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비판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일본 교과서의 위안부 표현 변경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한국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일로 한일 관계가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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