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만화 ‘윤석열차’ 향한 문체부 경고에 예술계 반발…웹툰협회 “대놓고 블랙리스트”

민예총도 규탄 성명…"공적 지원 승인 빌미로 예술가에 재갈 물리기"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를 수상작으로 뽑아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한 것을 두고 만화계에서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한국시간) 문화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전날 밤 소셜미디어(SNS)에 ‘고등학생 작품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입장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102억 원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이는 ‘블랙리스트’ 행태를 아예 대놓고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이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의 차원에서 국민 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행사 취지에 어긋났다는 문체부의 지적에 대해선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라며 “이보다 더 행사 취지에 맞춤 맞을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만화영상진흥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윤 대통령 풍자만화를 전시했다. 해당 만화는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이었다.

해당 작품 전시가 논란이 되자 문체부는 공모전 주최 측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고, 신속히 조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만화계는 이번 사태로 예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원로 만화가들이 먼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권영섭 한국원로만화가협회장는 “작가 누구든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이는 논란의 작품을 그린 학생도 해당한다”고 밝혔고, 조관제 한국카툰협회장은 “정부가 좀 너무 나간 것 같다. 자기 생각을 공모전에서 표현한 것인데 세상이 너무 딱딱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시사만화협회도 이날 밤 ‘윤석열차’ 외압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는 규탄과 우려를 담은 문장 대신 5열 7행 구조로 ‘자유!’라는 단어만 33회에 걸쳐 반복했다. 마지막 줄에는 말 줄임표를 교차 삽입하기도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그간 자유를 구호처럼 외쳐 왔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13분 길이의 경축사를 읽는 동안 ‘자유’를 33회 언급한 바 있다.

우리만화연대와 한국카툰협회 등 만화 관련 협회·단체들도 이와 관련해 공동 성명을 준비 중이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도 이날 규탄 성명을 통해 “공적 지원에 대한 승인을 빌미로 예술가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자행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판박이”라고 지적하고 문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예총은 1988년 고은, 백낙청 등을 중심으로 설립된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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