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부커상 공동수상자 데버라 스미스, 연합뉴스에 기고문
"종전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인정 받은 것…독자로서 기뻐"
"한강 작품 번역가 50명 넘어, 이들 덕에 세계인 공감 얻어"
“한강 작가가 121년의 노벨문학상 역사상 아시아 여성 최초로 이 상을 받는 것은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 개인의 정체성이 공로를 가리지 않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12일(한국시간)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과거 노벨문학상이 주로 백인 남성에게 수여됐다는 사실은 얼마나 오랫동안 유럽 중심주의와 성차별이 만연했는지 보여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스미스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2016년 세계적인 권위의 영국 문학상인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강과 공동 수상했고, 이로 인해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번역가다.
그는 기고문에서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세계의 무수히 많은 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인정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강은 종전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인정을 받는 작가가 됐다”며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전체 작품에 수여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영어권 중심의 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커상과 큰 차이가 있다”고 이번 수상의 의미를 짚었다.
그러면서 “노벨상 심사위원들은 여러 언어의 작품을 읽을 수 있고,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쓰는 전문가의 평가도 반영한다”면서 “이는 심사위원들이 한강의 작품성을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는 한강과의 인연으로 익히 알려진 번역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현지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학에 관심을 뒀고, 2010년부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후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채식주의자’에 매료돼 작품 번역은 물론 출판사 접촉과 홍보까지 도맡았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도 잇달아 영어로 번역했다.
이로 인해 스미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강 관련 소식을 공유할 뿐 소회를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본 우리(독자)에게 노벨상 수상은 우리가 이미 알던 것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라며 한강의 작품들에 대한 여러 전문가의 호평을 소개했다.
그는 “2016년 ‘소년이 온다’ 영어 번역본이 영국에 출판됐을 때 존경받는 한 시인은 제게 편지를 보내 ‘그것은 중요한 책이고, 기념비적이며, 정치적 폭력과 그 영향을 다룬 새로운 종류의 책’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비평가는 최근 ‘한강의 문학적 공헌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울려 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영어권에선 ‘채식주의자’가 가장 유명하지만, 한국 독자들 사이에선 ‘소년이 온다’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이 작품은 굉장한 베스트셀러였고 역사적 트라우마와 그 현재적 영향에 대한 국가적 담론을 불러일으켰다”면서 K-팝 스타인 BTS(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군 복무 중 ‘소년이 온다’를 읽은 사실을 SNS에 공개했던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아울러 자신이 번역한 영어판은 수많은 번역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공로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받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영어는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라며 “한강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미 스웨덴어, 프랑스어, 노르웨이어, 네덜란드어로 번역됐다. 이 점이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설(‘작별하지 않는다’)의 영어 번역본은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의 번역으로 내년 1월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사람은 50명이 넘는다”며 이들 번역가의 공헌이 과장되지 않게 인정받기를 기대했다.
그는 “윤선미 번역가가 아르헨티나 출판사에 제안해 ‘채식주의자’를 스페인어로 번역했고, 30년간 한국에 거주한 리아 요베니티 번역가는 ‘희랍어 시간’과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며 “저는 이런 과정을 기사로 접하며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번역가의 노고와 실력 덕분에 한강의 문학 작품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우리(번역가들)의 공헌이 인정받는다면 기쁜 일이겠지만, 번역가들의 공헌이 과장 없이 정확하게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12일(한국시간)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과거 노벨문학상이 주로 백인 남성에게 수여됐다는 사실은 얼마나 오랫동안 유럽 중심주의와 성차별이 만연했는지 보여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스미스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2016년 세계적인 권위의 영국 문학상인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강과 공동 수상했고, 이로 인해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번역가다.
그는 기고문에서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세계의 무수히 많은 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인정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강은 종전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인정을 받는 작가가 됐다”며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전체 작품에 수여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영어권 중심의 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커상과 큰 차이가 있다”고 이번 수상의 의미를 짚었다.
그러면서 “노벨상 심사위원들은 여러 언어의 작품을 읽을 수 있고,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쓰는 전문가의 평가도 반영한다”면서 “이는 심사위원들이 한강의 작품성을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는 한강과의 인연으로 익히 알려진 번역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현지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학에 관심을 뒀고, 2010년부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후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채식주의자’에 매료돼 작품 번역은 물론 출판사 접촉과 홍보까지 도맡았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도 잇달아 영어로 번역했다.
이로 인해 스미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강 관련 소식을 공유할 뿐 소회를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본 우리(독자)에게 노벨상 수상은 우리가 이미 알던 것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라며 한강의 작품들에 대한 여러 전문가의 호평을 소개했다.
그는 “2016년 ‘소년이 온다’ 영어 번역본이 영국에 출판됐을 때 존경받는 한 시인은 제게 편지를 보내 ‘그것은 중요한 책이고, 기념비적이며, 정치적 폭력과 그 영향을 다룬 새로운 종류의 책’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비평가는 최근 ‘한강의 문학적 공헌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울려 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영어권에선 ‘채식주의자’가 가장 유명하지만, 한국 독자들 사이에선 ‘소년이 온다’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이 작품은 굉장한 베스트셀러였고 역사적 트라우마와 그 현재적 영향에 대한 국가적 담론을 불러일으켰다”면서 K-팝 스타인 BTS(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군 복무 중 ‘소년이 온다’를 읽은 사실을 SNS에 공개했던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아울러 자신이 번역한 영어판은 수많은 번역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공로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받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영어는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라며 “한강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미 스웨덴어, 프랑스어, 노르웨이어, 네덜란드어로 번역됐다. 이 점이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설(‘작별하지 않는다’)의 영어 번역본은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의 번역으로 내년 1월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사람은 50명이 넘는다”며 이들 번역가의 공헌이 과장되지 않게 인정받기를 기대했다.
그는 “윤선미 번역가가 아르헨티나 출판사에 제안해 ‘채식주의자’를 스페인어로 번역했고, 30년간 한국에 거주한 리아 요베니티 번역가는 ‘희랍어 시간’과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며 “저는 이런 과정을 기사로 접하며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번역가의 노고와 실력 덕분에 한강의 문학 작품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우리(번역가들)의 공헌이 인정받는다면 기쁜 일이겠지만, 번역가들의 공헌이 과장 없이 정확하게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