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몬트레이 한인회관 매각, 정말 아무 문제 없었나

지난해 12월, 매각된 몬트레이 한인회관 건물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이응찬 전 한인회장과 장종희 중가주식품상협회 회장, 손명자 몬트레이 한국학교 이사장 등 지역 한인들.
몬트레이 한인회 이취임식이 지난 3월 19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문 전 회장은 이임사를 통해 “여러분 앞에 부끄러움 없이 정직한 한인회장을 마치고 이임하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문 회장은 임기중 한인회관을 매각하며 이 지역 한인사회 갈등을 불러왔다. 더욱이 새로운 한인회관도 마련하지 못하고 그 책임을 신임 회장인 오영수 회장에게 넘기고 임기를 마쳤다.

과연 이문 회장의 한인회관 매각은 “부끄럽지 않은 정직한” 결정 이었을까.

❖비영리단체 자격 정지로 세제혜택 못 받아

몬트레이 한인회관을 구입할 당시 한인회장을 맡았던 이응찬 전 회장은 건물 구입과 함께 비영리단체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501 (C) 3)을 신청해 국세청(IRS)으로부터 받았다. <첨부사진 1 참조> ‘501 (C) 3’에 해당하는 비영리단체는 기부자에게도 세제혜택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단체 운영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세금도 감면 받을 수 있다. 몬트레이 한인회가 건물 구입 후 ‘501 (C) 3’ 지위를 획득한 이유도 기부자는 물론 건물에 부과되는 재산세 등의 감면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첨부사진 1] IRS가 지난 2015년 10월 22일 발송한 몬트레이 한인회 '501 (c) 3' 자격 부여 서한. 자료 IRS 홈페이지 캡처.
IRS는 ‘501 (C) 3’에 해당하는 단체에 세금 혜택을 주기 때문에 매년 990, 990EZ, 990 P-F 등과 같은 서류를 통해 비영리단체 재정 운영 상황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01 (C) 3’에 해당하는 비영리 단체가 3년 연속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게 되면 자격도 정지된다.

몬트레이 한인회는 한인회관 구입 후 1년도 되지 않아 회장 임기가 만료돼 선거를 치러야 했고 선거에서 승리한 이문 회장이 한인회장으로 취임했다. IRS 자료를 보면 이문 회장은 비영리단체 자격 유지를 위한 서류를 취임 후 단 한차례도 제출하지 않았고 그 결과 2018년 5월 15일 몬트레이 한인회에게 부여됐던 ‘501 (C) 3’ 지위도 정지됐다. <IRS 자료보기>

이 때문에 몬트레이 한인회에는 정상적인 세금이 부과됐고 세제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문 회장 재임시 한인회관을 매각한 후 현대뉴스 등을 통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밀렸던 세금으로 낸 금액만 4만5천232달러다.<첨부사진 2 참조> ‘501 (C) 3’ 지위가 유지됐다면 이 금액 중 상당부분 감면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문 회장 재임시 한인회와 몬트레이 한인회 건축관리위원회 등 관계자들은 한인회관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밀린 세금을 모두 냈다.
[첨부사진 2] 몬트레이 한인회 건축관리위원회 위원장 한형택 간사 제임스 김 명의로 현대뉴스에 게재된 공고문. 이 공고문에는 세금으로 4만5천232달러가 지출됐다는 내역이 명시돼 있다.
지역 한인들이 한푼 두푼 모으고 한국의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마련된 지원금으로 구입한 한인회관은 결국 매각됐고 매각 대금 중 일부는 내지 않아도 될 세금으로 지출됐다. 일부 한인들은 한인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한인회관에 부과된 세금을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건물 매각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문 회장은 지난해 베이뉴스랩과의 인터뷰에서 회계사를 고용해 501 (C) 3지위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501 (C) 3가 회복되면 건물을 팔아 낸 세금도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카운티 등 관계 당국과도 협의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이다. 그나마 뒤늦게 비영리단체 지위를 인정받는다 해도 현재로서는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진덕・정경식 재단의 한인회관 건물 매입 제안에 몬트레이 한인회는 ‘거절’

몬트레이 한인회관 건물 매각이 진행되던 시기 북가주 지역에서 한인 단체들을 지원해오고 있던 김진덕・정경식 재단에서 몬트레이 한인회에 건물 매입 의사를 전달했다. 몬트레이 지역 한인사회의 갈등이 커지자 재단에서 건물을 구입해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당시는 이미 건물 매입자가 나타나 에스크로가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재단에서는 에스크로 등 계약 파기로 인한 모든 위약금을 부담하겠다는 의사까지 전달했지만 몬트레이 한인회는 제안을 거절했다. 한인회관 건물을 재단에 매각하고 임대 등 여러 형태로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지만 몬트레이 한인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문 회장에게 ‘거절’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문 회장은 지난해 베이뉴스랩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김진덕・정경식 재단에 건물을 매각하지 않았던 것은 ‘후회’가 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만약 건물을 재단에 매각했더라면 한인사회 갈등은 지금과 같이 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재단과 협의해 한인회관 사용과 한국학교 운영을 지속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몬트레이 한인회는 한인회관을 다른 곳에 매각했고 이 결정으로 몬트레이 한국학교는 갑자기 길거리로 내몰린 뒤 새로운 건물을 찾아 ‘임대료’를 내며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인회관 구입에 들어간 15만 달러가 갚아야 할 채무라는 사실을 한인회장이 된 뒤에야 알게 됐다?

이문 회장은 지난해 베이뉴스랩과의 인터뷰에서 한인회관을 “팔 수 밖에 없는 건물”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김복기 전 건축위원장과 이응찬, 문순찬 전 한인회장이 건물 구입을 위해 내놓은 15만 달러가 한인회를 위한 기부금이 아닌 갚아야 할 채무라는 사실을 한인회장이 된 이후에 알았다”는 것이다. 몬트레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한인회 후원금을 모으는게 쉽지 않아 세 명에게 300여 달러씩 총 1천 달러의 돈을 매달 지급하기가 어려웠고 한인회관 건물을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베이뉴스랩 기사보기>

과연 이문 회장은 한인회장이 되기 전에 한인회관 건물에 채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사가 있다. 현대뉴스가 2016년 6월 2일자로 보도한 ‘몬트레이 26대 한인회장 선거…한인회 최초 경선’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면 된다. 기사에는 “15만 달러의 한인회관 론 페이먼트 질문에 이 후보는 ‘절약하고 모금도 해서 갚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현대뉴스 기사보기>
2016년 6월 2일자 현대뉴스가 보도한 ‘몬트레이 26대 한인회장 선거…한인회 최초 경선’ 제하의 기사. 이 기사에는 당시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문 후보가 15만 달러의 한인회관 론 페이먼트 질문에 "절약하고 모금도 해서 갚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내용이 게재돼 있다. 사진 현대뉴스 캡처.
현대뉴스의 보도가 허위가 아니라면 이문 회장은 베이뉴스랩과의 인터뷰에서 거짓을 말한 것이 된다. 현대뉴스 보도를 보면 이문 회장은 이미 한인회관에 선취권 금액으로 잡혀져 있던 15만 달러가 갚아야 할 ‘채무’라는 사실을 알고 답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베이뉴스랩과의 인터뷰에서는 “한인회장이 된 이후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인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절약하고 모금도 하겠다’는 말이 한인회장이 된 뒤에는 ‘몰랐다’로 바뀌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갈등’ 넘어 새로운 한인회관 마련에 힘 모아야

칼럼을 준비하며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글을 하나 발견했다. 제목이 ‘한인회는 가지 마세요’다. 코로나 팬데믹 중에 미국 이민을 준비하는 한국에 거주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진 글인데 내용을 읽어보니 북가주 지역 한인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결론은 “이민을 오신다면 ‘한인회는 가지 마세요’라는 조언을 새기시길 바랍니다’”였다. <‘한인회는 가지 마세요’ 글 보기>

한인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그동안 한인들로부터 한인회가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지만, 미국으로 이민을 오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글을 쓸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니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한인회가 이런 이야기나 들으려고 만들어진 단체는 아니지 않나.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며 겪어야 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우리와 후세들이 차별 받지 않고 당당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인’들을 위한 ‘봉사단체’ 아닌가.

몬트레이 한인회관 문제도 가장 기본적인 한인회 존재 이유부터 다시 되새겨 본다면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인회관 매각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면 사과하면 되고 새로운 한인회관 마련을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치면 된다. ‘내가 옳다’ ‘너는 틀렸다’는 주장을 반복한다면 ‘갈등’만을 키울 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갈등’을 뛰어넘는 ‘화합’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도 지금 몬트레이 한인회에는 53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재정이 마련돼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한인들이 새로운 한인회관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며 힘을 모으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편집인 최정현 / editor@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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