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아트센터 개관 기념공연…내달 10집 '사람이 사람을 만나' 발매
구성진 목소리로 우리네 삶을 노래해온 소리꾼 장사익(74)이 내년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다음 달에는 5년 만의 새 앨범인 10집도 나온다. 충남 홍성군 시골 마을 출신으로 1994년 마흔다섯에 늦깎이 데뷔를 한 그는 당시 가요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국악풍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였다. 무대에는 주로 순백의 두루마기를 입고 올랐다. 그의 이름 앞에 ‘가수’가 아닌 ‘소리꾼’이라는 호칭이 붙는 이유다.
그는 정식으로 소리를 전수한 것은 아니지만, 정통 국악인 못지않게 구성진 소리를 시원하게 뽑아낸다. 데뷔 전에는 아마추어 국악 단체에서 단소, 피리, 태평소 등 국악기를 익혔다. 농악대와 사물놀이패 등을 따라다니며 태평소를 불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라이브 공연에서 ‘하여가’의 태평소 파트를 연주하기도 했다.
일흔 중반에도 크고 작은 무대에 꾸준히 서는 장사익은 오는 20일(한국시간) 서울 평창동에 문을 여는 서울아트센터 개관 공연 초청 무대에 선다. 서울아트센터는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운영하는 서울예술학원의 문화시설이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13일 전화로 만난 장사익은 “소리꾼이라는 건 명창들한테 부여하는 건데, 나는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소리꾼처럼 잘하라고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멋쩍어했다.
30년 가까이 무대 위에서 환호받았지만, 장사익은 여전히 겸손했다. 자신의 음악 인생사를 짚어 내려가며 “아니 나는 이게 너무 재밌는 거여”, “막 소중하고, 설레지”라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속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답변을 마칠 때면 ‘으하하’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장사익은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꼽히지만, 그의 음악은 특정 장르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대중가요, 국악, 트로트, 재즈 등 장르를 넘나든다. 그 자신도 장르를 구분하길 거부한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듯 노래도 그렇다. 사람들은 자꾸 구분을 지으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노래는 새장 속 새처럼 어떤 틀에 가둬둘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백남준 선생님의 예술 행위도 처음에는 이상하고 난감해 보였지만, 예술로 인정받고 이게 하나의 장르가 되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내가 일류가수를 흉내 내면 이미테이션(모조품)밖에 안 된다. 박자도 내 멋대로 가고, 내 호흡대로 부른다. 무박도 박자가 될 수 있다”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지만, 어떤 날짜가 지났다고 여름이 끝나는 게 아니다. 이번 여름은 유독 길지 않았나. 노래도 계절과 같다. 자유롭게 표현하다 보면 상상도 못 하던 것들이 예술이 된다”고 말했다.
“제 나이에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노래하죠. 어떤 때는 책 읽듯이 낭독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쿵쾅쿵쾅 빠른 음악들이 나오는 시대에 고리 고리하게 천천히 노래하면 박수 칠 구멍도 있고 흥미롭지 않나요.”
“내 멋대로 부른다”는 장사익의 노래에 굳이 특징을 찾자면 1집 ‘하늘 가는 길'(1995)부터 9집 ‘자화상'(2018)까지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장사익은 일상에서 문득문득 드는 감정과 인간의 본질을 되짚는 시(詩)를 주로 노래 가사로 가져온다. 그는 시인들이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쓴 시를 발견하고, 아름다운 시어를 계속 읊조리다 보면 노래가 된다고 했다.
장사익은 “마흔 중반에 노래를 시작했지만, 40대, 50대, 60대에 낸 앨범마다 그때그때의 인생 이야기를 해왔다. 음반을 레코드판이라고 하지 않나. 인생의 기록인 셈”이라며 “노래를 훑어가면 내 인생이 보인다. 듣는 사람도 박수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저놈이 내 이야기를 하네’라면서 웃기도 하고, 통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 발표하는 10집 ‘사람이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앨범은 지난해 전국 순회공연 때 불렀던 신곡들을 위주로 구성했다. 장사익은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지던 팬데믹을 지나 7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인생사에서 느낀 것들을 담았다고 했다.
타이틀 곡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는 시구로 시작하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을 노래로 부른 것이다. 또 등 뒤로 한손이 아닌 두손을 맞잡고 가는 노인들은 아마도 외롭기 때문이라는 한상호 시인의 ‘뒷짐’, 이상하게 한쪽만 닳아버리는 구두 뒷굽에서 우리가 세상을 기울어져 사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허형만 시인의 ‘뒷굽’ 등이 앨범에 담긴다.
“인생에 수십갈래의 길이 있잖아요. 어떤 길은 매끄럽고, 어떤 길은 험난하고, 저도 헤매며 살았어요. 창피하지만 노래하기 전에는 직장을 열댓개 다녔죠. 그게 다 내 길을 찾느라 그랬던 것 같아요. 넘어지고, 실패하기도 했지만, 마흔 중반에 돼서야 데뷔했죠. 노래하지 않는 시기는 깜깜한 밤이었고, 노래하는 시기는 밝은 태양이죠. 어릿광대처럼 남들을 울리고, 웃기고, 나도 즐겁고. 이게 팔자구나, 운명이구나 싶어요.”
그는 정식으로 소리를 전수한 것은 아니지만, 정통 국악인 못지않게 구성진 소리를 시원하게 뽑아낸다. 데뷔 전에는 아마추어 국악 단체에서 단소, 피리, 태평소 등 국악기를 익혔다. 농악대와 사물놀이패 등을 따라다니며 태평소를 불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라이브 공연에서 ‘하여가’의 태평소 파트를 연주하기도 했다.
일흔 중반에도 크고 작은 무대에 꾸준히 서는 장사익은 오는 20일(한국시간) 서울 평창동에 문을 여는 서울아트센터 개관 공연 초청 무대에 선다. 서울아트센터는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운영하는 서울예술학원의 문화시설이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13일 전화로 만난 장사익은 “소리꾼이라는 건 명창들한테 부여하는 건데, 나는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소리꾼처럼 잘하라고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멋쩍어했다.
30년 가까이 무대 위에서 환호받았지만, 장사익은 여전히 겸손했다. 자신의 음악 인생사를 짚어 내려가며 “아니 나는 이게 너무 재밌는 거여”, “막 소중하고, 설레지”라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속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답변을 마칠 때면 ‘으하하’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장사익은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꼽히지만, 그의 음악은 특정 장르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대중가요, 국악, 트로트, 재즈 등 장르를 넘나든다. 그 자신도 장르를 구분하길 거부한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듯 노래도 그렇다. 사람들은 자꾸 구분을 지으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노래는 새장 속 새처럼 어떤 틀에 가둬둘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백남준 선생님의 예술 행위도 처음에는 이상하고 난감해 보였지만, 예술로 인정받고 이게 하나의 장르가 되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내가 일류가수를 흉내 내면 이미테이션(모조품)밖에 안 된다. 박자도 내 멋대로 가고, 내 호흡대로 부른다. 무박도 박자가 될 수 있다”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지만, 어떤 날짜가 지났다고 여름이 끝나는 게 아니다. 이번 여름은 유독 길지 않았나. 노래도 계절과 같다. 자유롭게 표현하다 보면 상상도 못 하던 것들이 예술이 된다”고 말했다.
“제 나이에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노래하죠. 어떤 때는 책 읽듯이 낭독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쿵쾅쿵쾅 빠른 음악들이 나오는 시대에 고리 고리하게 천천히 노래하면 박수 칠 구멍도 있고 흥미롭지 않나요.”
“내 멋대로 부른다”는 장사익의 노래에 굳이 특징을 찾자면 1집 ‘하늘 가는 길'(1995)부터 9집 ‘자화상'(2018)까지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장사익은 일상에서 문득문득 드는 감정과 인간의 본질을 되짚는 시(詩)를 주로 노래 가사로 가져온다. 그는 시인들이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쓴 시를 발견하고, 아름다운 시어를 계속 읊조리다 보면 노래가 된다고 했다.
장사익은 “마흔 중반에 노래를 시작했지만, 40대, 50대, 60대에 낸 앨범마다 그때그때의 인생 이야기를 해왔다. 음반을 레코드판이라고 하지 않나. 인생의 기록인 셈”이라며 “노래를 훑어가면 내 인생이 보인다. 듣는 사람도 박수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저놈이 내 이야기를 하네’라면서 웃기도 하고, 통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 발표하는 10집 ‘사람이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앨범은 지난해 전국 순회공연 때 불렀던 신곡들을 위주로 구성했다. 장사익은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지던 팬데믹을 지나 7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인생사에서 느낀 것들을 담았다고 했다.
타이틀 곡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는 시구로 시작하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을 노래로 부른 것이다. 또 등 뒤로 한손이 아닌 두손을 맞잡고 가는 노인들은 아마도 외롭기 때문이라는 한상호 시인의 ‘뒷짐’, 이상하게 한쪽만 닳아버리는 구두 뒷굽에서 우리가 세상을 기울어져 사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허형만 시인의 ‘뒷굽’ 등이 앨범에 담긴다.
“인생에 수십갈래의 길이 있잖아요. 어떤 길은 매끄럽고, 어떤 길은 험난하고, 저도 헤매며 살았어요. 창피하지만 노래하기 전에는 직장을 열댓개 다녔죠. 그게 다 내 길을 찾느라 그랬던 것 같아요. 넘어지고, 실패하기도 했지만, 마흔 중반에 돼서야 데뷔했죠. 노래하지 않는 시기는 깜깜한 밤이었고, 노래하는 시기는 밝은 태양이죠. 어릿광대처럼 남들을 울리고, 웃기고, 나도 즐겁고. 이게 팔자구나, 운명이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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