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내·외부에 총탄 흔적 수백여개가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0개는 탄두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71개는 탄흔으로 강하게 추정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13일(한국시간) 옛 전남도청 건물 일대에서 이뤄진 탄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탄두가 남아있어 탄흔이라는 점이 명백하거나 탄흔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흔적 81개를 발견했다.
탄두가 남아있는 곳은 모두 10곳으로 5·18 당시 시민군이 상황실로 사용했던 본관 1층 서무과에서 8개, 옛 경찰국 외벽에서 2개의 탄두를 발견했다. 서무과 입구에서 발견된 탄두 3개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계엄군의 M-16 소총에서 사용한 탄환으로 확인됐다.이 탄흔의 모습을 통해 당시 계엄군이 본관 2층에서 1층 서무과를 향해 연사로 사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게 추진단 측의 설명이다.
최후 진압작전 당시 계엄군은 옛 경찰국 뒷문으로 진입해 2층 회의실을 거쳐 도청 본관으로 진입했다는 기존의 진압 경로 등이 재확인된 셈이다. 아직 추출하지 않은 서무과의 5개 탄두도 조만간 분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옛 경찰국 외벽에서 발견된 2개의 탄두의 경우 탄환이라는 점은 확인했지만 훼손 정도가 심해 발포된 소총의 종류는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서무과에서 발굴한 탄두와 성분이 매우 일치한 점 등으로 미뤄 추진단은 이것 역시 M-16 소총에서 발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진단은 탄두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탄흔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구멍 71개도 발견했다. 또 잔존 성분 검사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한 탄흔 의심 흔적 454개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300여개가 넘는 또 다른 구멍 흔적을 발견했지만 개·보수 과정에서 발생한 못 자국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이 흔적들은 추가 조사와 검증을 거쳐 복원 공사가 완료될 시점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건물 외에도 1980년 당시부터 서 있던 수목 중 본관 앞 은행나무 속에 3발, 회의실 옆 소나무 속에 2발 등 5발의 탄두가 나무 속에도 남아있는 것으로 추진단은 추정하고 있다.
추진단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문헌과 사진·영상 등을 통해 탄흔이 있었던 곳을 추정하고 열화상 기법이나 방사선 기법 등을 활용해 건물을 훼손하지 않고 탄흔을 확인했다.
특히 국방부 협조를 받아 당시 벽면과 같은 벽체에 사격하는 방식으로 표본(샘플)을 확보한 뒤 실제의 벽체와 비교·분석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총탄의 성분 분석과 탄두 표면에 남아 있는 총강 흔적 등을 교차 확인해 M-16의 탄두임을 증명했다.
추진단은 탄흔 조사의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전시콘텐츠로 제작하고 옛 전남도청 복원 이후 공개할 예정이다. 또 탄흔으로 확정된 10개의 흔적은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처리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발견된 탄흔을 통해 시민군의 최후 항쟁 직전과 직후 모습, 계엄군의 진압 동선, 진압 방식 등을 유추할 수 있었다“며 “이번 결과는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이 품고 있던 그 날의 기억과 5·18 당시의 진실을 밝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