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방송이 10일 수술 도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권대희 씨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 의료계의 대리 수술 실태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권씨는 2016년 9월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심한 출혈로 중태에 빠진 뒤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한 달여 뒤 숨졌다.
CNN은 당시 수술실의 CCTV 영상을 토대로 시간대별로 집도의와 ‘유령 의사‘의 출입 상황을 정리했고 의사들 없이 권씨가 간호조무사에게 맡겨진 정황을 보여줬다.
CNN은 대리 수술 관행이 한국에서 불법이지만, 성형 산업이 나날이 발전하는 데다 규제가 약한 틈을 타 번창하고 있다는 점을 조명했다. 젊고 경험이 없는 의사가 소위 ‘스타 의사‘ 대신에 수술해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환자는 위험에 노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CNN에 자신이 일했던 병원에서도 많은 ‘유령 의사‘들이 활동했다고 전했다.
CNN은 대리 수술이 몰래 일어나는 데다,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기밀 유지 조건 아래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CNN은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이 제공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근거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대리 수술을 명령한 의사들에게 총 28건의 행정 처분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5명만 의사 면허를 잃었고 나머지는 일시적으로 의사 자격이 중단됐다.
CNN은 권 씨의 가족 등이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요구하는 점을 소개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심의 중인데 진통이 따르고 있다.
CNN은 경기도가 공공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도록 했다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국적으로 공공영역 의료기관부터 CCTV 설치 의무화를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의 자질을 강화하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제안된 법안에 동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