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위안부 기림비 5주년 기념식 “반성 없는 역사, 되풀이 되는 만행…보편적 인권 지켜져야”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 촉구”
“역사의 진실 후세들에 전해야” 강조
서울 위안부 기림비 3주년도 기념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5주년 및 서울 위안부 기림비 건립 3주년 기념식에서 김한일 김진덕・정경식 재단 대표가 기림비 건립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7년 9월 22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가 건립 5주년을 맞았다. 건립 5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져 있는 세인트 메리스 스퀘어에서는 변함없이 기념식이 개최됐다.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정신을 잇는 서울 위안부 기림비 ‘정의를 위한 연대’ 건립 3주년을 겸해서다.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주도했던 ‘위안부정의연대(CWJC)’와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개최한 기념식에서는 아직도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며, 최근 이란에서 발생한 히잡 의문사 문제 등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인권 탄압과 말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쏟아졌다.

김한일 김진덕・정경식 재단 대표는 “31년전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일본이 2차대전 중 저질렀던 만행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며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있는 증언은 전시 여성인권을 참혹하게 짓밟았던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넘어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하게 된 동기가 되기도 했다”며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세인트 메리스 스퀘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5주년 및 서울 위안부 기림비 건립 3주년 기념식에서 김한일 대표(단상위 오른쪽 세번째)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어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2년후에 서울에도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정신을 잇는 ‘정의를 위한 연대’가 세워졌다”며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에 동참한 13개 커뮤니티의 모든 국가에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져 평화와 인권을 위한 세계인들의 단결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순란 김진덕・정경식 재단 이사장도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진실을 알리고 보편적 인권을 지켜나가기 위한 상징물”이라며 “우리 세대를 넘어 후세들에게도 그 뜻이 계속 이어져 나가길 희망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김순란 김진덕・정경식 재단 이사장.
CWJC 공동대표인 릴리안 싱, 쥴리 탱 전 판사들도 단상에 올라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후세들에게 위안부 건립의 중요성을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릴리안 싱 전 판사는 “어떤 사람들은 왜 70여년 전 일어난 일에 집착하냐고 물어보곤 한다”며 “나는 70여년 전 일어났던 제국주의, 성노예와 성착취, 인종차별은 과거의 일이 아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일이며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미래에도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 판사는 “우리 모두가 잘못된 과거를 거울 삼아 성노예와 성착취 차별에 맞서 보편적 인권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도 과거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쥴리 탱 전 판사는 “아베를 비롯한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는 대신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들을 퍼트리고 있으며 위안부 기림비를 철거하기 위해 끊임없는 로비와 공작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일본의 반 역사적 활동들을 잘 지켜보는 것은 물론 여기 함께하고 있는 후세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잘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하고 있는 스캇 위너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5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데이비드 추 SF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스캇 위너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데이비드 추 SF시 변호사, 고든 마, 미나 멜가, 코니 첸 SF 수퍼바이저, 체사 보우딘 전 SF검사장, 노먼 이 전 SF 수퍼바이저, 칸센 추 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등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류 정치인들도 기념식에 참석해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보편적 인권을 지켜나가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CWJC와 김진덕・정경식 재단에 대한 격려와 지지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위안부 기림비 건립당시 SF시장이었던 고 에드 리 전 시장의 부인인 아니타 리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아니타 리 전 SF시장부인은 위안부 기림비 건립 당시 막후에서 많은 지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든 마 시의원은 2015년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서 통과된 ‘위안부 건립을 위한 결의안’을 발의한 에릭 마 전 시의원의 동생이다.

단상에 오른 데이비드 추 SF시 변호사 등 정치인들은 “오늘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며 잡혀갔다 희생된 여성을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며 “우리가 역사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과거의 잔혹했던 범죄들은 다시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은 이어 한 목소리로 “과거의 아픔을 딛고 보편적 인권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CWJC와 김진덕・정경식 재단 관계자들에게 깊은 경의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키노트 스피커로 초청된 애비 아비난티 전 판사가 강연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아메키라 원주민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법조인이 된 애비 아비난티 전 판사가 키노트 스피커로 초청돼 강연했다. 아비난티 전 판사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행해진 원주민 대량학살 과정에서 가장 많은 부족이 살아남은 유록족(Yurok Tribe) 후예로 1974년 변호사가 된 뒤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약 20여년간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 판사로 재직했다. 아비난티 전 판사는 강연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살아가며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나서야 하며, 서로 힘을 모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것은 선택이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강조했다.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오영수 몬트레이 한인회장.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이진희 오클랜드 한인회장.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진희 이스트베이 한인회장, 오영수 몬트레이 한인회장, 송지은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장 및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미서부담당관, 이동일 미주한인세탁총연합회 회장, 박성희 전 KOWIN-SF지회장 등이 단상에 올라 위안부 기림비 건립의 의미와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단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오클랜드 한인회 임원과 이사들, KOWIN-SF지회 회원, 산라몬 한국어사랑모임(한사모) 이선령 회장과 미디어팀, 정승덕 UN피스코 SF지회장, SF민주평통 자문위원 등 한인단체 관계자들도 행사에 참석해 위안부 기림비 건립의 의미를 되새겼다. 필리핀 등 타 커뮤니티에서 참석한 관계자들도 인사말을 전하는 등 행사에 동참했다.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장 지안민 중화인민공화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장 지안민 중국 SF총영사에게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서울 남산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 모형을 선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0 김한일 대표, 릴리안 싱 공동대표, 장 총영사, 쥴리 탱 공동대표, 김순란 이사장.
이날 행사장에는 장 지안민 중화인민공화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장 총영사는 단상에 올라 발언을 하지는 않았으며 1시간 30분 가량 행사를 지켜보다 자리를 떠났다. 김진덕・정경식 재단 김한일 대표와 김순란 이사장은 기념식장을 찾은 장 지안민 중국 SF총영사에게 서울 남산에 세워진 서울 위안부 기림비 ‘정의를 위한 연대’ 모형을 선물했다.

한편, 지난해 실시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위안부 기림비 기념식에 총영사가 참석해야 한다는 한국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윤상수 총영사는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 총영사는 그러나 이날 오전 실리콘밸리 한인회가 주최한 한국민속축제에는 참석했다. 축제에 참석한 윤상수 총영사에게 위안부 기림비 5주년 기념식 참석여부를 물었지만 답변은 하지 않았다. 기자가 참석을 하지 않는 다면 외교부 지시에 의한 것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무슨 이유인지 얼굴을 붉히며 “그만하자”고 말하며 답변대신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 보였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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