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로웰고, 학생 선발위한 ‘추첨제’ 실시 철회하라” 소송 제기돼

로웰 재단・동문회・아시안 법률 재단 등
시민단체 연합, 23일 SF고등법원에 소장 제출
“SFUSD교육위원회, 주민들 의견 반영 안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로웰 고등학교 모습. 사진 샌프란시스코 통합 교육구 웹사이트 캡처.
샌프란시스코 로웰 고등학교 신입생 선발 과정을 추첨제로 변경한 SF교육위원회 결정에 대해 졸업생과 주민들의 반발이 본격화 됐다. 지역 일간지 크로니클은 23일 로웰 재단과 로웰고 동문회, SF 납세자 연합, 아시안 법률 재단 등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로웰고 신입생 추첨제 선발을 철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크로니클에 따르면 소송은 23일 SF고등법원에 접수됐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지난 2월 9일 샌프란시스코 통합 교육구(SFUSD) 교육위원회의 결정이다. 로웰고는 그동안 성적에 기반해 신입생을 선발해 왔다. 하지만 교육위원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로 중학교 학생들의 공정한 성적 산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2020~2021년도 신입생에 한해 추첨제로 학생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회성 추첨제는 지난 2월 영구적인 입학정책으로 자리잡게 됐다. 교육위원들이 2022년 가을학기부터 로웰고 신입생들을 계속 추첨을 통해 선발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교육위원회의 이 결정은 졸업생은 물론 주민들의 큰 반발에 부딪혔다. 결정이 난 직후부터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교육위원 소환운동을 시작하는 등 거센 저항이 시작됐다. 결국 이 결정은 주민들의 소송으로 법원에서 적법성 여부를 가리게 됐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은 SFUSD 교육위원회가 로웰고 입시정책 변경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는 캘리포니아주의 ‘공개회의 법(Open Meetings Law)’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회의 법이 적용되는 입시 정책 변경과 같은 중요한 결정사항을 주민들의 의견 반영 없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원고는 고교 입학 제도 변경과 같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은 주민들에게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제공돼야 하지만 교육위원회는 이 사안을 공지한 뒤 1주일만에 처리했다는 것이다.

원고측은 이어 교육위원회가 로웰고 학생 선발제도 변경이 긴급한 사항이라 서둘러 추진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제도가 적용되는 2022년 가을학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교육위원회의 성급한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고측 변호사인 크리스틴 린넨바흐는 “이번 소송은 모든 사람들의 교육 향상에 관한 것”이라며 “교육 정책 결정과정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누구라도 제외돼서는 않된다”고 밝혔다. 로웰고 동문회 케이트 라자러스 회장도 “이번 소송은 공정하게 법을 준수하는 과정을 따져 묻는 것”이라고 소송의 의미를 설명했다.

원고측에는 주 상원의원을 지낸 쿠엔틴 콥 전 판사 등 여러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엔틴 콥은 한국전기념재단(KWMF) 회장이기도 하다. 소송은 교육위원회는 물론 교육구와 빈스 매튜스 교육감을 상대로도 제기됐다.

SFUSD 교육위원회가 로웰고의 학생 선발 전통을 깨고 입시 정책을 급하게 변경하는 무리수를 둔 것은 교육위원들의 구성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 교육위원들은 가브리엘라 로페즈 위원장을 비롯해 마크 산체즈, 파우가 몰리가 등 히스패닉계가 주류다. 성적에 기반해 학생을 선발되는 로웰고 입시 정책 하에서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교육구내 히스패닉계 학생비율은 3명중 1명 꼴인 32%나 되지만 로웰고 비율은 11.5%에 그쳤다. 이에 반해 아시아계는 51%로 절반을 넘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히스패닉계 교육위원들은 학생 선발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배경 때문에 교육위원들은 충분한 논의 과정없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기대 ‘학생 구성원의 다양성 부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입학 정책을 서둘러 바꿔버렸다.

지난 2월 9일 교육위원회 투표에서도 히스패닉계 교육위원들은 추첨제 입학제도 도입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유일한 아시아계 교육위원인 제니 램과 흑인 케빈 보게스 만이 반대했다. 투표는 찬성 5명 대 반대 2명으로 통과됐다.

교육위원회의 이 결정으로 학부모는 물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며 ‘교육위원 소환(Recall) 운동’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앨리슨 콜린스 당시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의 2016년 인종차별 트윗이 드러나기도 했다.

학생 선발 문제가 소송전으로까지 확대된 로웰고는 1856년 문을 연 미 서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이자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명문 학교다. 미국에 첫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앨버트 에이브러햄 미컬슨과 역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릭 앨린 코넬,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얼랭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제리 브라운, 예일대 총장을 지낸 리차드 레빈 박사 등이 모두 로웰고 출신이다. 특히 공립학교라는 점에서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에게는 미 주류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여겨지며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다.


Bay News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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