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다시는 이런 총영사가 부임하지 말아야 할 텐데…”

윤상수 총영사. 베이뉴스랩 포토뱅크.
얼마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보도자료를 하나 받았다. 실리콘밸리 진출 한인 스타트업 지원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총영사가 양해각서를 들고 있는 사진도 첨부됐다.

이 보도자료를 보며 귀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총영사가 임기말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총영사관은 총영사의 이런 활동을 알리는 일에는 적극적이었지만, 한인들 또는 한인단체들을 위한 보도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8일 마감된 2024년도 한인단체 지원을 위한 수요조사와 관련해서도 보도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시기부터 재외동포청 설치와 함께 대대적인 재외동포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 재외동포청이 출범했고, 예산도 재외동포재단 시기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1055억원이 책정됐다. 팬데믹 시기 움츠러들었던 한인단체들이 다시 할성화 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대부분 열악한 재정으로 운영되어 오는 한인단체들에게도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총영사관은 재외동포청 수요조사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지는 않았다. 왜일까. 담당 영사에게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보도자료를 내야 하나요” 였다. 한인사회에 대한 총영사관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답변이다. 과거 한인들을 위해 설명회를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지난 여름 세계한인의 날 유공자 선정때도 마찬가지였다.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는 보도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총영사관은 한인사회에 알리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두 명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재외동포 유공자를 선정하는데 보도자료는 왜 내지 않았을까. 총영사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강현철 부총영사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뜻밖의 답변이 나왔다. “총영사관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였다. 총영사관 홈페이지를 많은 한인들이 확인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묻자 강 부총영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재외동포청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습니다”고 답했다.

강현철 부총영사의 주장처럼 총영사관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이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려지는 것 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다면, 총영사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는 건 무슨 이유인가. 몇몇 한인들은 “총영사관과 가까운 인사를 추천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했다.

총영사관의 한인사회에 대한 무관심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LA총영사가 직접 나서 언론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부분 민원업무와 관련해 불편한 점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는 온라인 예약이 어려운 65세 이상 시니어들을 위해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예약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으로 민원안내를 하니 많이 이용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자회견이 보도된 뒤 베이뉴스랩은 같은 내용으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서면 질의를 보냈다. 총영사관은 “시니어분들이라도 예약없이 총영사관을 방문할 수는 없다. 다만 전화 예약은 가능하다. 순회영사에서도 예약은 필수다. 카카오톡을 통한 안내는 시행중에 있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시니어들을 위해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실효성이 없다니. 총영사관은 시행하지도 않은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판단을 했을까. LA총영사관에서는 실효성도 없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총영사까지 나서 언론에 홍보를 했다는 말인가.

카카오톡 문의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 대응 안내를 위해 개설됐는데 현재는 문의가 없다”고 답했다. 지역 한인들에게 물어봤지만 카카오톡으로 민원 안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런 홍보를 전혀 하지 않는데 누가 카카오톡을 통해 문의를 하겠는가.

하지만 담당영사는 “민원인들은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답변을 이어갔다. 한인들의 인식과는 사뭇 동떨어진 이야기다.

총영사관은 왜 이렇게 한인사회에 무관심해 졌을까. 몇몇 한인들은 한인사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많은 교류를 해왔던 총영사관이 이렇게까지 변한 것은 총영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한인 단체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현 총영사가 한인사회에 무관심 하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며 “총영사는 모를 수 있지만 여러 명의 총영사를 겪어본 한인들은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한인사회와 소통하지 않는데 좋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말했다.

한 한인단체장은 “총영사가 전문 분야인 경제와 통상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부총영사나 동포영사를 통해서라도 한인사회와 소통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윤상수 총영사가 한인들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동안 겪었던 여러 명의 총영사 중 최악”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얼마전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에서 열린 윤상수 총영사 환송식을 두고도 여러 말이 쏟아졌다. 한 한인단체장은 “김한일 회장의 요청으로 감사패에 단체명을 쓰도록 동의는 했지만 생각 같아서는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심지어 환송식에 참석한 한 한인단체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환송식을 열어줘야 하는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시는 이런 총영사가 부임하지 말아야 할텐데…”라며 걱정의 말도 내놨다.

물론, 모든 한인들이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부임했던 총영사들을 돌아보면 항상 호불호는 존재했다. 하지만 10여년이 넘게 이 지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총영사에 대해 이렇게 큰 불만을 토로하는 한인들을 본 적 또한 없다.

이제 한인들의 걱정은 떠나는 윤상수 총영사가 아니라 새로 부임하는 총영사에게로 향하고 있다. 과연 신임 총영사는 지난 3년간 쌓여온 한인들의 우려를 불식시켜 나갈 수 있을까.

최정현 베이뉴스랩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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