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한인회관 공사 관련 배임・횡령 의심 정황 드러나…무면허 업자에 공사 맡기기도

지붕 팬 공사 2중으로 대금 지급한 정황
공사대금은 체크 캐싱 업체에서 현금화
공사대금 공사업자에 전달됐는지도 의문
자신들 비리 덮으려 한인회장 선거 장악 의심도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 입구 모습. 베이뉴스랩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이하 한인회)가 언론에 공고한 한인회관 공사 내역과 관련해 무더기 의혹들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인회가 2022년 6월 29일자 한국일보에 광고를 통해 공고한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현위치와 공사 재정현황’을 보면 EBS Construction에 발주한 공사가 있다. 공사 비용으로 총 8만6천887달러가 지출됐다고 발표돼 있다.

베이뉴스랩이 이 공사와 관련해 한인회 계좌 정보와 공사 내역을 입수해 분석, 취재한 결과 무면허 업자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불법이 저질러졌으며, 이미 공사가 완료된 지붕 팬 공사에 또다시 공사비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공사대금도 업체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됐고 이중 대부분이 체크 캐싱 업체에서 제3자에 의해 현금화 된 사실도 확인됐다.

가장 큰 문제는 김진덕・정경식 재단에서 100만 달러를 지원해 대대적인 한인회관 공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공사가 시행됐다는 점이다. 8만6천여 달러가 투입된 공사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뜯겨 나갔다. 한인들이 어려운 이민 생활 속에서도 한 푼 두 푼 모아준 기금이 필요하지도 않은 공사비용으로 허무하게 낭비된 것이다.

한인회가 EBS Construction에 발주한 공사의 문제점들을 하나 하나 짚어봤다.

❖지붕 팬 공사 후 또 지붕 팬 공사?…2중 공사비 지출 ‘이상한 공사내역’

한인회가 발표한 공고를 보면 지붕 팬 교체로 3천950달러가 지불됐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 공사는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지원하는 비용으로 시행된 지붕공사에서 모두 완료된 것이다. 기자가 한인회 지붕공사를 시행한 P업체 관계자를 만나 확인한 결과 지붕 팬 공사는 P업체에서 한 것이 맞았다. P업체 관계자는 “지붕공사를 할 때 팬 공사를 모두 마쳤다. 대금도 모두 지급된 상황”이라며 “한인회가 왜 2중으로 공사비를 지불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P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붕 팬 교체 공사는 이미 2020년 10월 경에 시행됐고 비용도 지불됐다. 하지만 한인회가 발표한 공고에 따르면 EBS Construction이 시행한 공사에도 지붕 팬 공사는 포함됐 있었고 금액도 P업체가 지불한 3천950달러와 동일했다. 횡령 또는 배임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가 2022년 6월 29일자 한국일보에 공고한 공사 재정 보고 광고. 왼쪽 아래에 EBS Construction에게 발주한 공사내역이 나와 있다.
❖무면허 건설업자에 공사 발주…캘리포니아주 법률 위반 ‘징역 및 벌금 부과 대상’

캘리포니아주는 면허가 없는 사람이 공사를 진행할 경우 법으로 엄격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Business & Pofessions Code 7028). 이 조항에 따르면 면허 없이 공사를 했다면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천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으며 두 가지 처벌도 모두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무면허 업자의 공사는 공사가 완료된 후라도 확인될 경우 지급된 모든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다. 공소시효는 4년이다.(Business & Pofessions Code 7031(b))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는 이런 캘리포니아 법률에도 불구하고 자격이 없는 EBS Construction에 공사를 발주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는 총영사관에서 실시한 감사 당시 이 부분을 지적하는 질문에 “처음에는 공사 면허가 있었지만 사정이 생겨 면허를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의 이 답변도 사실과 다르다. 베이뉴스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EBS Construction 이라는 회사가 캘리포니아주에서 건축업 허가를 받은 기록은 없기 때문이다. 유사한 이름을 가진 업체로는 한인으로 추정되는 Anna Lee 씨가 2015년 EBS Construction, Corp 라는 이름으로 회사 설립을 시도했지만 등록비를 내지 못해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Anna Lee 라는 사람도 면허가 만료된 상태다. 그 외 EBS Construction Services, Inc. 라는 이름의 정식 등록 업체가 있었지만 남가주 오렌지 카운티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대표자도 한인이 아닌 타민족이었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는 건축공사 계약서에 반드시 시공업체 면허번호(License No.)를 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가 공사 발주를 위해 작성한 계약서에는 EBS Construction 대표로 추정되는 D. H. Lee라는 자필 서명만 있을 뿐 면허번호 뿐만 아니라 시공업체 주소 조차 적지 않는 등 어디에도 공사 업체가 합법이라는 표시는 되어 있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곽정연 회장이 이런 사실도 모른 체 공사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인회가 이런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공사를 발주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사대금은 개인 돈이 아닌 한인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십시일반 모아준 공금 아닌가.

한 한인 변호사는 “한인회가 무면허 업체와 공사 계약을 맺었다면 공사업체에 대한 형사고발이 가능하고 계약을 체결한 한인회 관계자는 배임이 된다”며 “만약 무면허 업체가 공사를 했다면 완공 및 시공 상태와는 관계없이 지급된 모든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가 한인회관 공사를 위해 EBS Construction과 맺은 계약서. 이 계약서에는 회사명만 적혀 있을 뿐 면허번호와 주소 등 회사와 관련된 어떤 내용도 기입돼 있지 않다.
❖개인들에게 지급된 공사대금…발행된 체크는 ‘리커 스토어에서 현금화’ 돼

보통의 상식이라면 공사를 발주한 뒤 공사대금은 계약자인 EBS Construction 명의로 발행되고 해당 계좌로 입금되는 것이 당연하다. 건축업을 하는 다수의 한인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공사대금이 개인들에게 지급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는 공사대금을 EBS Construction 회사가 아닌 오너로 보이는 L씨와 부인 K 씨 그리고 페인트를 담당했다는 H 씨 등 모두 개인들에게 지급했다. 회사가 무면허라는 것을 이미 알고 개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지불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들 3명에게 지급된 금액은 모두 6만 달러가 넘는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이들 개인들에게 공사대금으로 지급된 약 20여 장의 한인회 발행 체크들 중 12장이 서니베일의 Q 리커 스토어에서 ‘현금화(Check Cashing)’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현금화 된 금액은 4만6천 달러가 넘는다. 한인회 체크가 Q 리커 스토어에서 현금화 될 때 체크 뒷면에 서명을 한 사람은 공사 관계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인 Y씨였다. L씨와 K씨에게 발행된 체크는 본인의 계좌에 입금된 것들도 있었지만 H씨에게 발행된 체크는 모두 Y씨가 서명 날인한 뒤 Q 리커 스토어에서 현금으로 바꿔 갔다.

기자가 Q 리커 스토어를 방문하니 주인은 베트남계 미국인이었다. 이 주인은 체크 사본 뒷면에 자신의 점포 이름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스탬프를 보더니 체크들이 자신의 가게에서 체크 캐싱 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 주인은 체크 뒷면에 서명을 한 Y씨의 사인도 금방 알아봤다. 리커 스토어 주인은 “Y씨를 잘 알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줄곧 체크를 가져와 현금화를 해갔던 손님”이라고 설명했다. 주인은 Y씨가 여성이라는 점도 알려줬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가 공사대금으로 발행한 체크가 대거 현금화 된 체크 캐싱을 병행하는 서니베일의 Q 리커 스토어 전경.
문제는 자신의 계좌를 가지고 있는 L씨와 K씨가 왜 제3자인 Y씨를 통해 한인회가 발행한 체크를 현금화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H씨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수상한 점은 Q 리커 스토어에서 현금화된 L, K, H씨에게 발행된 체크가 실제로 이들에게 발행된 것인지도 불분명하는 것이다.

기자는 한인회가 L, K, H 등 세명에게 실제 체크를 발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들의 연락처를 물어보기 위해 곽정연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곽 회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인회가 이 의혹들을 풀기 위해서는 체크 수취인인 공사관계자 L, K, H 씨와 함께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한인회가 발행한 모든 체크들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공사관계자는 왜 이 체크들을 Y씨라는 제3자를 통해 체크 캐싱이라는 방법으로 현금화 했는지 그 이유를 한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낱낱이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사대금으로 한인회가 발행한 체크가 공사 관계자들에게 모두 전달되지 않은 체 제3자인 Y씨를 통해 현금화 됐을 가능성이 남아있게 되고 이 경우 공금 횡령이 된다.

❖이상한 공사시기…‘대대적 보수공사 앞두고 왜 공사를 강행’했나

한인회가 언론에 공고한 내용을 보면 EBS Construction에게 공사를 발주한 시기가 “SF시에서 8만5천500달러 기금을 받아 지붕공사를 2020년에 끝낸 후”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지붕공사를 시행한 P업체에 확인해 보니 지붕공사가 끝난 후가 아닌 지붕공사와 같은 시기에 공사가 이뤄졌다. 한인회의 발표가 허위인 것이다.

P업체 관계자는 “지붕공사를 할 때 한인회관 내부 공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P업체 관계자의 증언은 한인회가 공사대금을 지불한 시기를 비교해 보면 더욱 신빙성을 갖는다. 한인회가 지붕공사를 담당한 P업체에 공사대금을 지불하기 시작한 날이 2020년 10월 7일이고 EBS Construction에게 첫 공사대금이 지불된 것은 약 20일 뒤인 2020년 10월 27일이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21일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에서 열린 김진덕・정경식 재단의 한인회관 보수공사를 위한 100만 달러 전달식 모습.
더 큰 문제는 김진덕・정경식 재단으로부터 100만 달러 지원으로 대대적인 한인회관 보수공사가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 왜 무리하게 8만 달러가 넘게 들어가는 보수 공사를 강행했냐는 점이다. 베이뉴스랩 취재에 따르면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한인회에 1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처음 약속한 시점은 2019년이다. 여러 사정상 시기가 늦어졌고 전달식은 2020년 12월 21일 열렸다.

이 부분에 대해 한인회는 총영사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한인회관 공사) 얘기가 전혀 나오기 전에…”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한인회가 EBS Construction과 공사계약을 체결한 날짜는 2020년 10월 14일로 김진덕・정경식 재단에서 100만 달러를 한인회에 전달하는 전달식이 있기 불과 두 달 전이다.

김진덕・정경식 재단은 한인회가 EBS Construction에 공사대금을 마지막으로 준 2021년 1월 25일에서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21년 2월 16일 한인회관 보수공사 대금 지급을 시작했다. 정말 한인회가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될 지 모르고 EBS Construction에 한인회관 보수공사를 발주한 것일까. EBS Construction이 시행한 한인회관 보수공사는 1년도 안된 10개월여 만에 모두 뜯겨 나갔고 재공사 중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제기된 의혹들 한인들에 빠짐없이 설명해야

이외에도 EBS Construction 공사대금 지불이 모두 완료된 뒤 약 20일이 경과된 시점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공사 자재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지출이 1만 달러가 넘게 기록돼 있는 등 의혹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인회가 그동안 주장해 온 것처럼 재정 사용에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면 위에 제기된 모든 문제들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한인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래야 횡령, 배임과 같은 형사상 문제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곽정연 회장과 박병호 이사장 그리고 이사들이 무리하게 회장 임기를 연장하고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선관위원장을 교체한 뒤 이사장과 이사들이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을 독점하는 등 공정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선관위원회를 장악해 온갖 트집을 잡아 단독 입후보한 김한일 후보를 탈락시키는 등 한인회장 선거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이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한 것이라는 한인들의 의심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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