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 외부조사 지휘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코넬대학교가 2년 전 교내 남학생 사교클럽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집단 성폭행 의혹으로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당시 사건을 둘러싼 대학과 경찰, 지역 검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뉴욕주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맡은 데 이어 코넬대 이사회도 외부 독립조사에 착수했다.
사건은 2024년 10월 19일 코넬대 치파이 남학생 사교클럽 건물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서류에서 ‘제인 도’로 익명 처리된 당시 코넬대 학생은 술과 마약류를 섭취한 뒤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여러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사건 약 3주 뒤 코넬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대학도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건은 형사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톰킨스카운티 매슈 밴 하우튼 검사장은 경찰이 전달한 자료를 검토한 뒤 형사처벌을 추진하기에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2024년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코넬대는 치파이 지부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자체 징계 절차를 진행했으며, 학교 측은 징계 결과에 퇴학과 정학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지난 9월 코넬대와 치파이 관련 단체, 전·현직 학생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소송에는 당시 상황과 학생들 사이의 통신 내용 등 기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구체적인 정황이 담겼고, 밴 하우튼 검사장은 자신이 2024년 당시 넘겨받지 못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사건 재수사를 결정했다.
특히 ABC뉴스가 6일 공개한 코넬대 기록에 따르면 사건 신고 이후 경찰에는 치파이 측이 사건 확산을 막으려 했다는 취지의 익명 제보도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자는 사교클럽 지도부가 관련 사실이 알려질 경우 당사자들과 단체의 평판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잠재적 목격자에게 침묵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코넬대 수사관들도 당시 일부 학생들을 상대로 사건 은폐 가능성을 질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BC뉴스가 확인한 일부 문자메시지에도 코넬대가 치파이 활동을 중단시킨 이후 학생들이 사건의 파장을 우려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담겼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피고로 지목된 7명은 모두 잘못을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형사기소된 사람은 없다.
논란이 커지자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지난 10월 1일 지역 검찰이 사건을 계속 맡도록 할 수 없다며 뉴욕주 검찰총장실을 특별검사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대배심에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 제임스 검찰총장은 “범죄를 신고하면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된다는 것을 모든 뉴욕 주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사실과 법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코넬대 학생들의 분노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학생과 교직원 등은 캠퍼스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의 대응과 정보 공개 부족을 비판했으며, 피해자 지지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학생 의회에서도 학교의 대응 과정을 공개하고 성폭력 사건의 징계 결과와 처리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으며 일부 학생들은 마이클 코틀리코프 총장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시위가 열린 행정동 데이홀은 집회를 앞둔 밤 외벽에 낙서가 생기고 일부 시설이 훼손되기도 했다. 다만 해당 훼손 행위와 집회 참가자들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코넬대 캠퍼스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 신고와 대학 내 남녀 사교클럽 문화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틀리코프 총장은 지난 3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태를 코넬대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대학이 “더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이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면서 불신이 커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외부 독립조사와 정보 공개 확대를 약속하는 한편, 남녀 사교클럽이 캠퍼스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넬대 이사회는 결국 6일 전 연방 법무부 부장관 샐리 예이츠가 이끄는 외부 독립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예이츠는 현재 로펌 킹앤스팰딩 소속으로, 코넬대가 2024년 사건을 처음 접수한 뒤 수사와 징계, 피해자 보호 및 정보 공개 과정에서 어떤 대응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이사회 특별위원회는 예이츠에게 조사 과정에서 “완전한 독립성”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일 사건을 넘어 코넬대의 캠퍼스 성폭력 대응 체계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코넬대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여성 학부생의 35%가 입학 이후 강압 또는 의사능력 상실 상태와 관련된 비동의 성적 접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1년 조사 당시 20%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뉴욕주의 성폭력 관련 법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술이나 약물을 섭취한 뒤 동의 능력을 잃은 경우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약물을 투여받아 신체적으로 무력화된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고 있어, 전자의 경우 형사기소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호컬 주지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자발적 음주·약물 섭취 허점’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코넬대 사태는 뉴욕주 검찰총장실의 형사수사와 코넬대 이사회의 외부 독립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단계다. 향후 새로운 증거가 확인돼 대배심 절차와 형사기소로 이어질지, 대학 내부 조사와 징계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사건 발생 약 2년 만에 미국의 대표적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코넬대가 성폭력 대응과 대학의 책임, 사교클럽 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