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횡령·배임 의혹에 한인사회 분열 주역들이 ‘원로’ 자처?…한우회 재결성의 불편한 민낯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 보수공사 과정에서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박병호(왼쪽), 곽정연(가운데) 전 회장. 오른쪽은 한인회장 재임시 이사회와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법적 분쟁까지 확대되며 문제가 됐던 강승구 전 회장. 베이뉴스랩 포토뱅크.
샌프란시스코에 ‘한우회’가 다시 등장했다. 전직 한인회장들이 경험을 나누고 후배들을 돕기 위한 모임이라면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랜 기간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한 전직 회장들이 공동체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경험을 보태는 것은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한우회 재결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우회를 다시 결성하고 전면에 나선 일부 인사들이 과거 한인회장 또는 한인회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재정 운영을 둘러싼 횡령·배임 의혹에 휩싸였거나, 심각한 내부 갈등과 법적 분쟁의 중심에 섰던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당시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해 한인사회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책임 규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이 다시 ‘전직 한인회장’, ‘한우회’라는 이름으로 한인사회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과거를 들춰내 누군가를 공격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적인 책임을 맡았던 사람에게 중대한 의혹이 제기됐고 그것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다시 공적인 역할을 맡기에 앞서 그 의혹부터 설명하는 것이 상식적인 순서라는 것이다.

박병호 전 회장과 곽정연 전 회장을 둘러싸고 과거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 공사와 재정 집행 과정에서 횡령·배임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무면허 업체와의 공사 계약, 공사비 집행 방식, 개인에게 지급된 수표 등 한인사회의 공적 자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관련한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한인들의 성금과 지원금, 그리고 한인사회의 공동재산인 한인회관을 관리했던 책임자라면 의혹이 제기됐을 때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사실관계를 설명하며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당시 제기됐던 의문들은 모두 해소됐는가. 한인회관 공사비가 어떤 방식으로 집행됐는지, 논란이 됐던 계약과 지급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한인사회가 충분히 납득할 정도로 설명됐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박병호 전 회장이 새 한우회장이 되고, 곽정연 전 회장이 다시 한우회 활동에 나서는 모습은 매우 부적절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답해야 한다. 그때 요구됐던 자료는 공개됐는가. 당시 제기됐던 의혹은 어떻게 해소됐는가. 문제가 없었다면 무엇을 근거로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문제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한인사회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태도다.

강승구 전 회장의 경우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 전 회장 재임 당시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는 회장과 이사회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사회 해산 문제에서 시작된 충돌은 재정과 모금액 문제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졌고, 결국 소액재판과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됐다.

개별 사건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옳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한인회 최고 책임자가 재임하는 동안 조직 내부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확대되고 한인사회가 장기간 분열됐다면, 그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한인회장은 갈등의 한쪽 당사자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조직을 안정시키며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다.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한인회가 극심한 내홍과 법적 분쟁을 겪었다면, 훗날 다시 한인사회 지도자를 자처하기에 앞서 자신이 당시 어떤 역할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보는 것이 먼저다.

바로 이 때문에 이번 한우회 재결성에 대한 한인사회의 우려를 단순한 개인적 반감이나 과거 인사들에 대한 공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 한인회 운영 과정에서 각종 의혹과 분쟁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이 충분한 해명이나 성찰 없이 다시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 한인사회 활동을 시작한다면, 과연 이들이 이번에는 화합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과거에도 갈등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아온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면 “이번에는 또 어떤 분란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인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전직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도덕성과 책임감, 투명성을 갖춘 지도자다. 과거 횡령·배임과 관련한 중대한 의혹이 제기됐다면 그 의혹부터 해명해야 한다. 재임 기간 한인회가 분열과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면 그 과정에 대한 성찰과 책임 있는 입장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 과정을 건너뛴 채 다시 모여 ‘한우회’를 만들고 원로와 지도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인사회에서 직책을 맡았다는 사실이 그 사람에게 평생 지도자의 자격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직책을 맡고 있을 때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했는지, 구성원들을 화합시켰는지, 공금을 투명하게 관리했는지, 갈등 해결에 앞장섰는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졌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전직 한인회장’이라는 명함만으로 한인사회 지도자를 자처해서는 안 된다.

특히 횡령·배임 등 범죄행위와 관련한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인사들을 아무런 검증이나 해명 없이 한인사회 지도자 또는 원로로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의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범죄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혹을 해소하지 않은 채 다시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역시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인 커뮤니티의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과거를 감추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가 제기되면 설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면 새로운 세대가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사람이다.

반대로 공동체의 재산을 둘러싼 심각한 의혹이 남아 있고, 재임 기간 한인사회를 분열과 소송으로 몰고 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성찰 없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그런 사람들을 과연 한인사회의 ‘지도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한인사회의 발전과 화합을 저해해 온 ‘문제 인사’라는 비판부터 스스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이다.

한우회의 재결성이 진정 한인사회를 위한 것이라면 출범을 알리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다.

박병호·곽정연 전 회장은 한인회관 공사와 재정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한인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강승구 전 회장 역시 자신의 임기 중 발생했던 극심한 내홍과 법적 분쟁에 대해 책임 있는 평가와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문제가 없었다면 자료와 사실로 밝히면 된다. 잘못된 의혹이라면 근거를 제시해 바로잡으면 된다.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그것이 공적인 자리를 맡았던 사람이 한인사회에 보여야 할 최소한의 자세다.

그 과정도 없이 다시 모여 직함을 나누고 ‘한인사회 원로’와 ‘지도자’를 자처하는 것은 한인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

한인사회는 과거의 분란을 반복할 여유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인물들이 다시 세력을 만들고 영향력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책임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다. 따라서 이번 한우회 재결성을 바라보며 커지는 한인들의 우려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한인사회의 신뢰를 잃었던 사람들이 다시 한인사회에 나와 지도자 역할을 하고 싶다면,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의혹이 있다면 해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이후에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야 한인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순서다.

그 순서조차 지키지 않은 채 다시 한인사회 전면에 나서는 것은 한인사회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또 다른 갈등과 불신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한인들이 지금 한우회를 바라보며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정현 베이뉴스랩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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