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말희 시인의 ‘삶에 시향’] 겨울이 건네는 말

겨울이 건네는 말
– 강말희

잔가지 앙상히
허공을 숭숭 그물치고
찬바람을 한없이 놓아
그대 가슴을 시리게 지난다

가쁜 듯 허연 입김으로
먼 길을 돌아온 강물처럼
짙은 안개에 분간도 못 한 채
그대 그리움마저 흘려보낸다

초록을 꿈꾸던 이파리
짙푸른 열정 허옇게 벗어버리고
가지 끝 높이 달린 메마른 잎으로
그대 마른 사랑을 처형시킨다

반들거리는 수면으로
목축일 수 없이 동결되고
잔설을 모래처럼 흩날려
그대 영혼에 파편이 된다

상처를 보듬던 깃털조차
한 무리 철새로 모두 날려버리니
사람아
내가 너를 너무 외롭게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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