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진 칼럼] 내 고향 북청은 어떻게 변했을까

내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이다. 북청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북청 물장수 사람이라고 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북청 앞바다에는 마양도가 있는데 그 섬은 지금 북한 잠수함 해군기지로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북청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평지라고는 자갈로 깔려져 농사짓기에는 아주 나쁜 땅이다. 북청은 지형과 기후 탓에 농사라고는 옥수수, 감자, 메밀 같은 잡곡 밖에는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이다.

북청 사람들은 산세 만큼이나 성질이 고약하고 다혈질이어서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는 환영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나도 그렇다. 일제때는 그곳에 반일 감정이 강하고 애국심이 강해 경찰서에 불지르고 일본인들을 죽이는 사건들이 많아 북청에는 학교를 세우지 않았다. 학교가 없으니 자식들을 공부는 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자식들을 공부 시키기 위해 서울에 가서 물장수를 하며 자식들을 공부시켜 출세시켰기 때문에 북청 물장수라는 별명이 유명해 졌다.

옛날 한국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곳이 북청이라고 하여 북청 사람들을 무서워 했다. 해방 후 공산주의 간부가 제일 많이 배출된 곳도 북청이었다. 이것은 고사지만 북청에서 백리 만 남쪽으로 내려오면 함흥이라는 도시가 있다. 그 곳은 조선 왕조를 세운 이성계의 고향이기도 하다. 독자들도 알겠지만 북청 사람이라고 하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기질 때문에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고사에 의하면 1392년 조선왕조 개국 공신 정도전이 함경도 사람은 조그만 개뼉다귀 놓고 진흙탕에 뒹구는 볼상스러운 기질을 가진 고약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요즘 한국 정치판을 보면 꼭 야당과 여당이 싸우는 꼴이 정도전의 말대로 이전투구하는 꼴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도(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가 말하기를 지세에 따라 사람의 얼굴 모양이 닮아 간다고 말했다. 그는 산악지대 사람들은 성질이 거칠고 고약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 뿐만 아니라 1903년 러시아의 지리학자 파블라포 세로세프스는 한국 지형을 보고 그 견문록에 조선은 해안절벽을 때리는 찬바람 속에서 절규하는 사람 같은 굳은 인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조선은 울부짖는 사람들의 땅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 민족은 단군 이래 지금까지 700회 넘는 내우외환 전쟁을 치르며 살아왔다. 그런 것을 볼 때 한국은 지정학적 불행을 타고난 민족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 전쟁사를 보더라도 잘 아는 것처럼 세계 2차대전이 시작됐던 곳도 발칸반도 였고, 70년대 중동전쟁의 시발점도 시나이반도에서 시작됐고, 한국의 6.25 동란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찌 되었든 북청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그곳에서 자란 탓인지 수양이 부족해서인지 성질이 고약하고 남의 꼴을 못 보는 직선적 표현이 고향 탓인지는 모르지만 남들에게 환영을 못 받는 면이 많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할말은 하고 싸울 것은 싸우며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하지만 남에게 약점 잡히지 않게 살려고 노력한다.

70년이 지난 지금 내가 태어난 북청은 어떻게 변했을까 상상하며 내 생전에 고향 땅을 밟아 볼 수 있을까 기대해 보지만 그 희망은 한낮 꿈이 될 것이라고 단념하며 내 여생을 편안하게 살려고 한다.

강현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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