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진 칼럼] 두려움을 아는 지도자가 되라

조선 왕조 518년(태조 이성계에서 27대 순종까지) 동안 왕실의 기록(왕의 행적)은 총 2077권이다. 조선왕조실록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역사적 자료다.

조선왕조실록은 27명의 왕에 대한 행적을 3가지 형태로 기록했는데 그 3가지는 실록, 국조보감 그리고 일기다. 실록은 왕실에서 일어난 왕의 행적, 신하들의 간언과 사건을 기록한 것인데 가장 정확하고 많은 양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국조보감은 선대 왕들의 업적 가운데에서 선정만을 모아 서술한 기록이고 일기는 노산군(단종 6대), 연산군(10대) 그리고 광해군(15대)의 행적을 기록한 글이다.

우리의 역사속에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기고 백성의 우상이었던 선군 세종대왕은 늘 신하들에게 ‘짐은 하늘이 두렵고 신하가 두렵고 백성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황희 정승은 세종대왕에게 이렇게 물었다. ‘천상천하의 유아독존이신 저하께서 무엇이 두려우십니까.’ 이 질문에 세종대왕께서 답하시길 ‘나는 임금으로써 하늘의 도리에 맞게 하는지 두렵고, 신하들의 모범이 되게 행동거지를 하고 있는지 늘 두렵고, 이 땅에 사는 백성이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지 늘 걱정된다’고 말하며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왕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잘못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늘을 무서워하고 신하를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치를 했기 때문에 세종대왕은 조선 5백년의 역사속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과 백상을 위한 정치를 펼쳤다고 본다.

내가 오늘 쓰고자 하는 두렵다는 그 뜻의 의미와 그 뜻에 맞게 지도자들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지 아니면 역사를 우습게 여기고 지도자로써 자신의 임무에 소홀하게 행동하는지, 지도자들이 한번 자신을 되돌아 보라는 뜻에서 이 글을 쓴다.

우리 미주 한인 이민역사는 어느덧 100년을 훌쩍 넘어섰다. 이곳 새크라멘토에 한인이 정착한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그동안 한인 사회를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 지도자들이 무엇을 했으며 한인들에게 자신의 행적을 자신 있게 내세울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뒤돌아 보라는 뜻, 그리고 앞으로 한인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들려 줄 몇 가지를 조언하고자 한다.

첫째로 한인 사회를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사람은 반드시 지도자의 자질(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리더십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신념이다. 그 철학은 많은 지식이나 좋은 학벌이 아니라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실천할 의지력이다.

두번째로는 지도자로써 결단력과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단력이나 의지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사상을 확고히 실천하겠다는 약속이다. 어떤 직책에 있던 지도자에게는 많은 시련과 비판과 반대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동이나 임무가 공익을 위하는 길이라면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

세번째로는 내가 어떤 직책을 맡아 일을 할 때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알고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겠다는 자기 반성을 하면서 맡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늘 지도자의 행적과 결과를 주시한다. 세종대왕이 늘 두렵다는 말을 했던 것과 같이 한인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부끄럽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을 한 후 한인들의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를 가지는 지도자가 되라고 당부하고 싶다.

나 또한 최선을 다하여 부끄럽지 않게 내 직무를 실행하려고 한다. 나는 역사를 공부했고 평생을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 세상을 사는 동안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이사장 직책을 맡으면서도 일을 하는 동안 내가 생각했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펼쳐왔으며 자신있게 임무를 마치고 그 직에서 물러 나려고 한다. 그 후 당당하게 한인들로부터 평가를 받겠다.

내 행적은 시간이 흐르면 지역 한인들, 학교 관계자 그리고 나와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 평가할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나는 세종대왕의 두렵다는 말을 내 인생의 좌우명으로 생각하고 오늘날까지 살아 왔다. 앞으로도 내 남은 여생을 그렇게 살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강현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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