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진 칼럼] 빵이 세계를 지배한다

서양의 주식은 빵이고 동양의 주식은 밥이라는 것은 세상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럽은 밀 생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밀을 원료로 하는 식재료들이 발달했다. 반면에 동양(한국)은 쌀 생산에 적합한 기후와 토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쌀을 원료로 하는 밥 문화가 발달했다.

독자들도 아는 것처럼 빵은 밀가루를 원료로 하여 만들기 때문에 물기가 없어도 가루를 잘 반죽하여 불에 구워 만들 수 있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조리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빵은 물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어느 곳이든지 쉽게 먹을 수도 있다. 우리는 빵을 먹을 때 치즈나 훈제된 소고기, 돼지고기 말린 것을 곁들이거나 잼, 피넛버터를 발라 먹으면 맛있는 한 끼를 때울 수 있다.

그러나 쌀밥은 어머니의 오랜 경험과 요령으로 먹을 사람 숫자에 따라 양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맛있는 밥이 될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또 밥은 아무리 잘 지었다 하더라도 서양 사람들이 먹는 빵처럼 치즈나 고기한점 놓고 먹기에는 그 조합이 맞지를 않는다.

밥은 김치나 된장찌개나 걸죽한 국물과 같이 먹어야 식감도 좋고 먹는 맛도 난다. 그런데 요즘은 사는 것이 바쁘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우리가 먹는 주식이 밥에서 빵으로 바뀌게 되고 빵이 밥을 대신하게 되었다. 얼마전까지 밥이 최고라고 극찬하던 늙은이, 젊은이 아이들까지 빵이나 햄버거 맛에 환장하며 밥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옛 어른들께서 세상에서 가장 간사한 것이 입맛이라고 하던 말이 요즘 들어 새삼 실감이 난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처럼 요즘 어디를 가든 빵이 소리 없이 쌀밥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승자로 군림했으니 시쳇말로 그렇게 좋다고 하던 밥이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은 금값이 되고 밀이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왕좌에 군림하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 판도를 좌지우지 하는 강력한 무기인 그 밀 때문에 세계 역사판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1812년 나폴레옹 전쟁(프랑스・러시아) 때 프랑스 군이 모스크바까지 진격했으나 러시아군이 후퇴하면서 밀밭에 불을 놓아 프랑스 군이 밀을 구할 수 없어 빵을 만들지 못했고 이 때문에 프랑스 군대 수십만명이 굶어 죽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늘날 유럽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빵이다. 역사적으로 유럽은 크고 작은 전쟁을 수없이 많이 했다. 그들이 그렇게 많은 전쟁을 하면서 얻은 경험은 병사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빵을 개발하는데서 얻은 전쟁기술과 보급품 공급의 편의성이었다. 유럽은 19세기 초부터 아시아를 정복하는데 군수품 특히 주・부식 공급의 편의성을 잘 활용하였기 때문에 세계 각지를 정복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빵으로 인하여 많은 것이 변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가족들 간의 동질감 상실, 대화단절 등이다. 한 식탁에서 밥을 먹던 것이 제각기 빵으로 허기를 채우는 때문에 생긴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서양이 빵으로 동양을 지배했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서양을 지배할 것인가.

지금 이곳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뭐라해도 밥을 주식으로 하루 세끼를 먹고 있다. 아무리 빵이 맛있고 햄버거가 영양가가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나이든 사람들은 밥이 최고라고 말한다. 우리는 밥에 길들여진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참고) 밀은 쌀보다 단위면적당 30%이상 수확량이 많고 쌀보다 기후조건에 영향을 덜 받는다. 병충해에도 면역력이 강하다. 밀 주요 생산지는 우크라이나, 미 북동부지역, 남미 아르헨티나이며 프랑스 독일에서도 많이 생산된다.

강현진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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