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진 칼럼] 평통은 누구를 위한 단체인가

한인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한인회를 비롯하여 많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런 단체들 중에는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류 사회를 돕는 단체도 있지만 반대로 미국 이민 정책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단체가 있다. 그 대표적인 단체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약칭 평통)다.

우리가 모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면 일정한 절차에 따라 시민권을 받게 된다. 시민권을 받을 때 우리는 판사 앞에서 “나는 미국에 충성하고 모국의 모든 정치 활동을 금하고 오직 미국법에 따른다”는 서약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민권을 받기 때문에 시민권을 받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미국법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한국정부에서는 미국 통치권 속에 있는 우리 한인들을 한국 시민처럼 한국 정치에 참여 시키려고 한다. 이는 미연방법(8-USC1481-349) 귀화인 모국 정치금지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다. 한국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억지로 끌어들이는 건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미국 시민권자라면 당연히 미국법이 우선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독자들도 잘 알겠지만 평통은 대한민국 헌법 제92조에 명시된 평화통일정책수립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명시되어 이다. 이것을 좀더 설명하면 평통은 (1)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 수집 (2) 통일에 관한 국민의 합의 도출 (3) 통일에 관한 범 민족적 의지와 역량 결집, 그 밖에 대통령의 평화 통일 정책 자문 등을 하는 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이 법은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수 차례 바뀌어도 그 법은 그대로 헌법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평통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고 그 법이 미국에 있는 한인들에게 무슨 혜택을 주고 있으며 우리 한인은 왜 그 법에 동조해야 하는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물론, 조국의 평화통일을 원하고 모국을 위하는 일이라면 응당 우리 한인들도 앞장서서 도와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평통자문위원을 인선하는 기관의 의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평통 자문위원을 선임하는 때가 되면 자문위원이 되려고 기관의 주변을 넘나드는 자칭 인사 그리고 한인 단체장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 기관은 자문위원 선발이라는 권한을 미끼로 그들 앞에 군림하며 한인들의 현지화를 돕는 기관인지 아니면 모국의 기준에 고취시켜 그 기관의 위세를 부리려고 하는 도통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특히 시민권을 소지한 한인이라면 마땅히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법에 따라 미국에 충성을 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격언처럼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한다는 그 평범한 충고를 다시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철저하게 미국법을 따를 때 우리가 살아갈 기반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차별 받지 않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우리의 이웃들과 주류사회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이 있다. 작은 일 부터라도 도와야 하고 그것은 이곳에 이민을 와서 터전을 잡고 사는 한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민자의 책무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면서 미국을 사랑하고 애국심을 보여줄 때 주류 사회에서도 한인들을 좋은 이웃으로 대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대인들이 1800년대 이 땅에 이주하여 가진 어려움과 차별 속에서도 미국 사회와 정치인들을 돕는 일을 했다. 지금도 미국 유대인연합(JCA)은 미국 정치인들에게 정치 후원으로 그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그 들만의 유리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유대인들과 같은 활동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힘을 모아 노력해서 이들과 같이 미국내에서 한인들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미주 한인들이 주류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인들을 후원하며 정치적 힘을 키웠을 때 오히려 조국인 한국을 위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당당한 미국의 시민으로 살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공연히 미국의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평통 자문위원이 되겠다고 매달리기 보다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미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그것이 우리들의 책무이자 우리의 조국인 대한민국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강현진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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