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진 칼럼]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의회정치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 정치에 왈부왈가 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 이치지만 오늘의 한국 정치가 너무도 답답하여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을 독자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올해로 한국에서 민주주의 정부가 세워진지 75년이 되었다. 공자의 말대로라면 나이 70이 넘으면 이순(耳順)이라 했다. 이순이 되면 무엇을 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어떤 일을 해도 순리에 맞게 하고 누가 뭐라해도 올바른 마음으로 일을 행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도 이제는 70을 넘었으면 공자의 말 대로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했어야 할 때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1945년 해방 후 군정 2년을 끝내고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 후 4・19 시민혁명, 2번의 군사혁명(박정희 5・16군사혁명, 전두환 12・12 군사 쿠데타), 5번의 헌법개정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으로 민주주의 정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가 혼란스러웠고 위정자들의 정치 행동도 엉망진창이었던 것을 우리는 너무나 똑똑히 보았다.

민주정치의 근본은 의회정치고 정당정치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정치가 안정되려면 올바른 의회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의 올바른 시민 의식으로 국민의 대표자가 선출되고 그들이 올바른 의정 활동과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을 만들어 국정에 보탬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고 의회정치가 나가야 할 길이다. 그 임무를 잘 수행할 때 발전된 민주정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임무인 입법활동, 재정예산편성, 일반 국무감사 등으로 정부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인데 의회는 그들의 임무를 팽개치고 자당의 정책에만 올인하여 어떻게 하던지 집권 여당이 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 민주정치가 잘 되겠는가. 요즘 한국 정당은 정책 결정에 공당이 아니라 도당(패거리 집단)으로 전락된 현실에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과거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였는데, 왜 정치만 유독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이 계속 당파 싸움과 정책 비판으로 세월만 허비하고 있는가. 의회정치의 기본은 협치다. 자당의 정강 정책은 시대와 때에 따라 변해야 하고 야당과도 협상해야 한다.

민주 정치의 모태인 영국은 오래 전부터 민주정치를 실현 하면서도 한번도 다수당이나 집권 여당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처리하지 않고 서로 협의에 의하여 결정했다는 것을 역사에서 똑똑히 보아 왔다. 지금부터 800년 전인 1215년 영국은 전제 군주 국가 하에서도 국민의 권리보장과 의회기능 강화를 요구하는 ‘마그나 카르타’를 만들어 시민의 권리를 보장 받았다.

의회 민주주의 국가는 정당과 의회가 중심 역할을 한다. 의회가 잘 운영 될 때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그런데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의회가 그 기능을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거대 야당과 소수 여당과의 협력과 소통이 단절되어 시도 때도 없이 서로 상대당을 비난하며 세월을 보내는 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의 무능과 잘못된 정당의 작태도 있지만 국회의원을 뽑는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그리고 정치적인 의식 부족으로 인해 지금처럼 한국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있다. 앞으로 한국 민주정치가 발전하고 올바른 의회 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정치적 참여가 요구된다. 그래야만 지금 같은 정치 후진성을 면할 수 있다.

강현진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이사장

참고: 민주정치(Demokratia)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직접 민주정치를 했으나 인구가 많아지고 지역이 넓어져 간접 민주주의 정치를 행한 것이 오늘의 의회정치다. Demos(시민, 국민)와 Kratia(통치, 지배)라 합쳐진 말로 오늘날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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