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재] SF한국교육원 무엇이 문제인가② 교육원 운영비는 교육원장 사금고?…줄줄 새는 ‘혈세’

샌프란시스코 한국교육원이 자리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베이뉴스랩 포토뱅크]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우창숙 전 샌프란시스코 교육원장이 재임시절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행동을 한데 이어 교육원 운영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비위 정황도 드러났다. 우 원장은 한국학교 관계자 등을 공적으로 만났다며 비용을 청구해 받아갔지만 확인 과정에서 허위로 보이는 내용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동안 한국에서는 몇 만원을 지급하는 코로나 지원금과 관련해 행정부와 국회가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는 기조아래 뜨거운 논쟁이 불붙었지만, 이 기간 우창숙 샌프란시스코 교육원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교육원 운영비를 마치 사금고에서 돈 찾아가듯 사용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서 줄줄 새고 있었다.

► 골프장 등에서 식사 후 만나지도 않은 관계자 이름 적고 비용 청구

우창숙 전 교육원장이 운영비를 청구해 받아간 내역 중에는 한글학교 관계자들과 만나 식사를 했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우 원장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한국학교 운영에 매진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만나 용기도 북돋아주고 식사대접까지 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일 것이다. 더욱이 갑자기 터진 사상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 큰 난관에 봉착했던 한국학교들에게는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우창숙 원장이 한국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도와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는 커녕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식사를 한 뒤 한국학교 관계자들 이름을 적고 비용을 청구했다. ‘횡령’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아래 비위 정황으로 의심되는 몇몇 상황들을 소개한다.

우 원장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 무렵 A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났다며 식사 영수증을 첨부해 비용을 받아 갔다. 하지만 A 한국학교 관계자에게 확인해 보니 이날 우 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확인을 해줬다. 우 원장이 A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했다고 보고한 곳은 베이 지역의 한 골프장 내에 있는 식당이었다.

이런 경우는 또 있다. 우 원장은 A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난 약 2주뒤 B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했다며 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는 달랐다. B한국학교 관계자는 당시 한국에 체류중으로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만났다며 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게다가 우 원장이 B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났다고 밝힌 식당은 B한국학교는 물론 학교 관계자의 집에서도 차를 타고 무려 40분을 더 가야하는 바닷가에 위치한 골프장 안에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 원장은 올해 봄 C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났다며 비용을 청구해 받아갔지만 이것도 허위로 보인다. C한국학교 관계자는 우 원장을 한국학교 등 공식 행사장 외에서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우 원장은 이날 C한국학교 관계자는 물론 관계자의 가족도 함께 만났다고 적었다. C한국학교 관계자는 “내가 만나지 않았는데 가족이 함께 만났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황당해 했다.

A, B학교와는 다르게 C학교의 경우는 주말이 아닌 주중이었다. 근무를 해야하는 날에 알 수 없는 사람과 만나 식사를 한 뒤 엉뚱한 사람의 이름을 적고 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C학교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 원장이 이날 식사를 한 곳은 우리 집과 가까워 나도 잘 아는 곳”이라며 “아마도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한 뒤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 내 이름을 적어 넣은 것 같다”고 추측을 하기도 했다. 우 원장이 C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했다고 비용을 청구한 곳도 역시 골프장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었다.

만난 곳이 골프장은 아니었지만 이런 경우는 더 있다. C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났다고 보고한 약 3주 후 우 원장이 모 한인회 한인회장과 함께 D, E 한국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식사를 했다고 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D, E한국학교 관계자들 역시 이 날 우 원장을 만나지 않았다. 평일에는 일을 해야했던 관계로 D한국학교 관계자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 원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문을 닫아 운영이 되고 있지도 않은 F한국학교 관계자를 만났다며 역시 비용을 청구했다. 이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우 원장의 보고와는 달랐다. F한국학교 관계자는 “이미 학교가 폐교를 했는데 교육원장을 만날 이유가 뭐가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우 원장은 2019년 연말 경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에서 기자를 만나 식사를 했다며 영수증을 청구했다. 언론사 이름과 함께 G 기자라고 적혀 있었다. 이 기자에게 확인해보니 “난 그런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베이 지역을 벗어나 1시간을 넘게 이동해야 하는 지역에서 행사가 열려 참석한다고 보고한 우 원장은 행사에 참석해 식사를 했다며 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첨부된 영수증은 행사가 열리는 시각 샌프란시스코 인근 식당에서 결제된 것이었다.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비용만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공적인 업무로 식사비용을 사용한 것인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 만나지도 않은 사람 만났다며 비용을 청구하고 여비(교통비)까지도 신청

우 원장은 비위 정황은 이 것이 끝이 아니다. 만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을 만났다고 식사비를 청구한 것은 물론 여비(교통비)도 함께 신청했다. 총영사관과는 달리 업무용 차량이 없는 교육원은 교육원장의 차량을 업무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무로 교육원장의 차량을 사용할 경우 마일당 일정 금액을 적용해 여비 즉 교통비를 지급했다.

우 원장은 앞서 소개된 경우 중 총영사관 관내가 아닌 원거리 이동의 경우 이 여비도 함께 신청했다. 알 수 없는 사람과 만나 식사를 한 뒤 식사 비용과 함께 여비까지 신청했다. 여비는 공식업무를 했을 경우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공식 업무 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우 원장은 여비까지 신청을 했던 것이다.

다만 우 원장이 여비를 신청한 것 까지는 확인됐지만 실제 이 여비들이 모두 지급 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교육부가 선정해 파견한 교육자가 맞나”, “교육원장의 도덕적 해이 도를 넘었다” 등 들끓는 여론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팬데믹에 갑자기 준비해야 했던 온라인 수업, 휴교와 폐교 위기 등 이중, 삼중고를 견뎌내고 있는 각 학교 관계자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했다.

한 한국학교 관계자는 “우창숙 원장 재임시절 한국학교 지원은 뒷전이고 골프에 빠져 다닌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며 “우 원장에게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비위 정황에 대한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만나지도 않았는데 내 이름을 이용해 허위로 비용을 청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범죄에 이용당한 것 같아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한국학교 관계자는 “교재를 배부할 때나 교사 연수 등 한국학교 관계자들이 힘들게 봉사하고 난 뒤 식사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을 여러 번 했었다”며 “우 원장은 그때마다 ‘내가 왜 밥을 사냐’, ‘교육원 예산이 없다’는 등 이러 저러한 이유를 들며 거절 했었는데 알고 보니 엉뚱한 곳에 비용을 쓰고 있던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부가 뽑아서 보낸 교육원장이 맞냐?”며 “수십 년간 교육계에 헌신해 온 분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반문했다. 한 관계자는 “우창숙 교육원장의 태도에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지만 이런 내용을 알게 되니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며 “교육원장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고 질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잘못이 드러날 경우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 교육원 운영비는 어떻게 교육원장의 ‘쌈짓돈’이 될 수 있었나.

샌프란시스코 한국교육원은 총영사관 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개별적으로 되고 있다. 총영사관은 외교부에서 지원하는 비용으로 운영을 하고 있고 교육원은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사용한다. 지원금을 보내오는 곳이 다르니 계좌도 구분돼 있다. 이러다 보니 교육원장 한명이 운영하는 교육원은 교육원장이 비용을 청구하고, 결제하고, 지불하는 구조가 됐다.

총영사관에서 비용을 지불할 때 복수의 영사들이 검토를 하도록 해 비용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교육원은 교육원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비용을 사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교육원 운용비를 용도에 합당하게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 원장은 여러 의심스런 정황을 남겼다.

교육원에서 비용이 잘못 사용됐다 하더라도 감사를 통해 걸러지기는 쉽지 않다. 특히 외부 사람과 연결돼 사용된 비용의 경우 일일이 외부 사람을 불러 대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부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돼도 교육원 신뢰 하락을 걱정해 외부로 이런 내용을 알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비위를 막기 위해서는 총영사관의 경우처럼 복수의 관계자가 검토를 하도록 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조사와 검토 그리고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교육원 감사는 3년에 한 번씩 진행된다. 올해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에서 철저한 조사와 대응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가능하다면 시일을 앞당겨 조속한 시일내 조사가 이뤄진다면 더 좋을 것이다.

한편, 우창숙 전 교육원장은 9월 1일자(한국시간)로 부임 전 근무했던 전주동중학교 교감으로 복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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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ost Has 2 Comments

  1. 기자님.취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렇게라도 밝혀주시니 감사합니다.

  2. 한국에서 해외로 파견나올 때, 그냥 골프나 치면서 쉬다가 갈려고 오시는 분들이 결국 해외에서 열심히 자리잡고 살고 있는 해외동포들 커뮤니티를 오히려 힘들게 합니다. 이런분들이 다시는 발 붙이지 못하게 감사에서 모두 밝혀지고 그에 준하는 처벌을 받아야 할것 같습니다.
    감사부터 처벌 전 과정을 기사로 꼭 잘 챙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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