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데뷔 무대…데이비스 홀 가득 메운 관객들 ‘기립박수’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연주
세번의 커튼콜에 리스트 ‘페트라르카 소네트’ 앵콜 연주로 화답

연주를 마친 뒤 지휘자인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와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조성진.
지난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한 조성진이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의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성진은 지난 18일부터 3일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데이비스 홀에서 데뷔 연주회를 가졌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여러 차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연주회를 가졌지만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뉴스랩은 그의 첫 무대인 지난 18일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초청으로 조성진의 역사적인 데이비스 홀 데뷔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조성진은 이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의 협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Beethoven Piano Concerto No, 3 in C minor Op. 37)을 연주했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하면 보통 5번 ‘황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가장 인기있는 피아노협주곡으로 꼽히는 곡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떠오른 임윤찬이 지난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파이널 1라운드에서 연주한 곡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조성진은 데이비스 홀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연주했다. 특유의 세련된 해석과 완벽한 기교로 나무랄 데 없는 실력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섬세한 터치에 풍부한 감성까지 담아내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특히 2악장에서 보여준 감수성이 뭍어나는 조성진의 연주는 모든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 클라우디오 아라우 등 음반을 통해 명연주를 남긴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연주를 선사한 것이다. 앞으로 조성진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연주된 2악장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연이였다.

다만, 이날 연주회에서 아쉬운 점은 지휘자인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와의 조화였다. 이날 무대에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연주를 이끌었던 달리아 스타세브스카는 열정적인 지휘로 훌륭한 연주를 이끌었지만 조성진의 세련된 감수성을 배려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달리아의 열정적 지휘는 조성진 무대에 이어진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Symphony No. 9 Op. 95)에서 빛을 발했다.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
원래 조성진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데뷔 무대는 전 음악감독인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의 협연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를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이끌었던 토머스였기에 지난해 공연일정이 발표가 됐을 때만해도 큰 기대감을 낳게 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뇌암 판정을 받았던 마이클 틸슨 토머스는 1월 25일부터 3일간 공연되는 말러 심포니 5번 연주회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일정을 변경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조성진과의 협연은 무산된 것이다. 달리아 스타세브스카도 훌륭했지만 거장인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의 협연이었다면 조성진의 연주가 더욱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공연장을 나서는 동안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이날 공연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연주가 끝나고 데이비스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세번의 커튼 콜 후에 조성진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프란츠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3개의 소네트’ 중 두번째(Sonetto 104 Del Petrarca)를 앵콜곡으로 들려줬다. 조성진이 앵콜로 종종 연주하는 곡이다.

특별히 미국에서 한인으로 살아가며 한국 출신의 명연주자를 만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백건우, 정명훈을 거쳐 임동혁, 손열음, 조성진 그리고 2년전 반 클라이번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임윤찬까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또한 얻어가고 있는 수많은 연주자들의 활약은 음악애호가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북가주에서 더 많은 한국 연주자들의 공연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을 연주한 뒤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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