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중간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주민발의안

10억달러 이상 자산가에 일회성 5% 부과
실리콘밸리 반대자금 2억달러 넘어 총력전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서 억만장자세 통과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오는 11월 3일 캘리포니아 중간선거에서 억만장자들의 자산에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주민발의안 40호(Proposition 40)’가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우편투표용지 발송이 시작된 가운데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의료재정 확보를 위해 억만장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실리콘밸리 부호들과 기업계는 경제와 세수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며 거액을 투입해 저지에 나섰다.

주민발의안 40호는 올해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거주자 가운데 순자산이 10억달러를 넘는 억만장자에게 순자산의 5%를 일회성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은 2027년부터 부과되며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경우 최대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대상자는 약 200명으로 추산된다.

과세 대상에는 주식과 기업 지분, 투자자산, 미술품, 수집품, 지식재산권 등이 포함된다. 반면 부동산과 일부 연금 및 은퇴계좌는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캘리포니아가 소득이 아닌 개인의 전체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대규모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어 통과될 경우 새로운 조세 체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징수된 세금의 90%는 의료서비스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교육과 식료품 지원 등에 투입된다. 발의안을 추진한 서비스노조 의료노동자 서부지부는 약 1,000억달러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주 입법분석실은 실제 세수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수년에 걸쳐 수백억달러가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찬성 진영은 연방정부의 메디케이드 지원 축소로 캘리포니아의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캘을 비롯해 병원과 응급실, 지역 의료서비스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과 로 카나 연방하원의원, 캘리포니아 민주당, 노동계 등이 발의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반대 진영은 일회성 세금으로 장기적인 의료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고액 자산가와 기업인들의 캘리포니아 이탈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빈 뉴섬 주지사를 비롯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하비에르 베세라와 공화당의 스티브 힐튼도 발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의사협회와 교사협회, 일부 노동단체와 기업단체도 반대 진영에 합류했다.

주 입법분석실도 발의안이 통과될 경우 억만장자 일부가 캘리포니아를 떠나거나 세금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억만장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기존 주 소득세 수입이 장기적으로 연간 최대 10억달러 가까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자산평가와 세금 징수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수년 동안 연간 수천만달러의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선거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선거자금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공정정치위원회가 10월 5일 기준 집계한 주요 기부금 내역을 보면 발의안 40호 찬성 측에는 약 3,235만달러, 직접적인 반대 캠페인에는 약 9,917만달러가 주요 기부자들로부터 들어왔다. 여기에 발의안 40호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발의안 41호와 42호 캠페인까지 포함하면 반대 진영의 자금 규모는 2억달러를 크게 넘어선다.

특히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발의안 40호 반대와 관련 발의안 지원에 투입한 금액은 1억3,800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벤처투자가 존 도어와 스트라이프 최고경영자 패트릭 콜리슨을 비롯한 테크·금융업계 인사들이 가세해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불과 나흘 동안 약 4,450만달러를 추가로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의안 40호와 함께 투표에 부쳐지는 발의안 41호와 42호도 변수가 되고 있다. 발의안 41호는 주 정부의 지출한도에서 제외되는 새로운 특별세를 제한하고 감사를 강화하는 내용이며, 발의안 42호는 주식과 금융자산 등 개인재산 보유 자체에 새로운 주세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발의안 모두 같은 선거에서 충돌하는 다른 발의안보다 더 많은 찬성표를 얻으면 충돌하는 조항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의안 40호가 과반의 찬성을 얻더라도 41호 또는 42호가 더 많은 찬성표를 받으면 법원 판단에 따라 억만장자세가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여론도 팽팽하다. UC버클리 정부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는 예상 투표자의 45%가 발의안 40호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42%는 반대했다. 13%는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다. 6주 전 조사에서 찬성 48%, 반대 41%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대 진영의 대규모 광고전이 시작된 이후 찬성세가 다소 약해진 모습이다.

결국 발의안 40호를 둘러싼 선거전은 단순히 200여 명의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를 넘어 캘리포니아가 앞으로 ‘소득’이 아닌 ‘보유 자산’ 자체를 과세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구글과 벤처투자업계를 비롯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가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이번 투표 결과는 다른 주는 물론 연방정부의 부유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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