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근 등 한국 근현대미술 향한 관심도 확산
방탄소년단(BTS) RM이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 전시가 개막과 동시에 폭발적인 관람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은 7일 전시 개막 초반에만 7,5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사전 티켓 예약도 이미 5만 건을 넘어섰으며, 개막 전 판매량은 SFMOMA가 지금까지 개최한 기존 전시들과 비교해 6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9월 29일 미디어 프리뷰와 비공개 개막 리셉션을 시작으로 문을 연 이번 전시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회원 대상 프리뷰가 모두 예약 마감됐고, 이어진 일반 개막 주말도 매진됐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약 500건의 신규 SFMOMA 멤버십이 판매되는 등 전시를 계기로 미술관 자체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미술관 측은 밝혔다. 개막 이전부터 전 세계 미술계와 BTS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이번 전시가 실제 관람객 증가로 이어지면서 이른바 ‘RM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의미는 단순히 유명인의 참여에 따른 흥행에만 머물지 않는다.
베이뉴스랩이 앞서 전시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결과, 이번 전시는 RM이 오랜 기간 구축해온 개인 컬렉션과 SFMOMA 소장품을 나란히 배치해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권의 작품들이 대화를 나누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윤형근의 작품들이다. RM이 지속적으로 깊은 관심을 보여온 윤형근의 작품은 전시장 곳곳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윤형근의 ‘Blue-Umber ’79-C6’가 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마크 로스코의 ‘No. 14, 1960’과 나란히 놓인 장면은 이번 전시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짙은 청색과 엄버가 캔버스 위에서 스며들고 겹쳐지는 윤형근의 작품과 색면회화의 거장 로스코의 작품이 같은 공간에 배치되면서, 한국 현대미술이 더 이상 별도의 지역 미술로 분리되지 않고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읽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을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의미다.
윤형근뿐 아니라 장욱진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서구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과 한 공간에서 소개되면서, 한국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RM 역시 자신의 컬렉션을 공개한다는 의미에 대해 “오랜 시간 돈과 삶, 노력, 심지어 자신의 집 벽까지 내어주며 만들어온 컬렉션만큼 한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술계 출신이 아닌 한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 매우 기쁘다”며 공동 큐레이터로 전시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RM과 함께 SFMOMA의 아메리카 카스티요, 김효은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구성했다. 단순히 RM이 수집한 작품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 컬렉션과 미술관 소장품을 교차 배치해 작품 사이의 관계와 새로운 해석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9월 29일 열린 개막 리셉션에는 RM을 비롯해 크리스토퍼 베드퍼드 SFMOMA 관장, 알카 아그라왈 이사회 회장, 임정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대니얼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 등이 참석했다.
관람객의 열기는 전시 관련 상품 판매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SFMOMA에 따르면 전시 개막일 관련 상품 매출은 기존 전시 상품 개막일 최고 기록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일부 상품이 빠르게 품절되면서 미술관은 앞으로 수주 동안 추가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는 2027년 2월 7일까지 계속된다.
개막 초반 7,500명의 관람객과 5만 건 이상의 사전 예약이라는 숫자는 분명 RM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시장을 직접 찾은 관람객들이 만나게 되는 것은 단순한 ‘RM의 컬렉션’만은 아니다. 윤형근의 작품이 로스코와 나란히 걸리고, 한국 근현대미술이 세계 현대미술의 주요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장면은 이번 전시가 남기는 또 다른 의미다.
RM이라는 세계적 문화 아이콘을 통해 미술관을 처음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 작가와 한국 미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면, 개막 초반의 흥행을 넘어 이번 전시가 갖는 문화적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