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레이 카운티 모스랜딩 도로 점령한 바다사자 수백 마리…경찰도 속수무책

200~300마리 몰려들어 도로 통행 차질
경찰 사이렌·차단시설에도 다시 돌아와
풍부한 먹이와 집단생활 습성 영향 추정
경찰당국이 설치한 교통 차단시설을 넘어와 도로를 점거한 바다사자들.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카운티의 항구도시 모스랜딩에서 수백 마리의 바다사자가 도로를 점거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바다사자들이 항구 주변을 넘어 차량이 다니는 도로까지 집단으로 올라오면서 교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이 출동해 바다사자들을 이동시키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바다사자들이 몰려든 곳은 모스랜딩 항구의 샌드홀트 로드 교량 주변이다. 약 200~300마리로 추정되는 바다사자들이 도로와 보행 공간을 차지하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차량이 한 개 차선으로만 통행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항구를 이용하는 주민과 어업 종사자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바다사자들이 이 지역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무렵이다. 처음에는 항구 주변 해안과 교량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체 수가 늘어나 도로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9월 말부터는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 문제가 제기됐으며, 10월 들어 도로 점거가 더욱 두드러졌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는 바다사자들을 도로 밖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반복적으로 출동하고 있다. 경찰 차량의 사이렌을 울려 바다사자들이 자리를 피하도록 유도하고, 임시 차단시설을 설치해 도로 진입을 막고 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자 도로에 누워 있던 바다사자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몬트레이 카운티 당국도 도로를 청소하고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바다사자들은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왔다.

모스랜딩으로 몰려든 바다사자들.

10월 20일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바다사자들은 당국이 설치한 교통 차단시설과 원뿔형 표지판 위에 올라가 햇볕을 쬐는 모습까지 보였다. 경찰의 이동 유도와 차단시설 설치만으로는 도로 점거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다사자들이 모스랜딩에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해양생물 전문가들은 풍부한 먹이와 편리한 휴식 공간, 바다사자의 집단생활 습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양포유류센터의 지안카를로 룰리 부국장은 몬트레이만이 바다사자들이 먹이를 구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몬트레이만에는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항구 주변에는 바다사자들이 물 밖으로 올라와 쉴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바다사자는 바다에서 먹이를 잡아먹은 뒤 육지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는 동물이다. 해변과 바위뿐 아니라 부두나 방파제 같은 인공시설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따라서 항구에 바다사자가 모이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수백 마리가 공공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도로의 환경도 바다사자들이 몰려드는 이유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낮 동안 햇볕에 데워진 콘크리트 도로가 휴식 장소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도로의 온도가 이번 집단 점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모스랜딩 도로를 점령한 바다사자들.

바다사자의 집단생활 습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다사자는 다른 개체들이 쉬고 있는 장소에 함께 모이는 경향이 있다. 특정 장소가 안전하고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인식되면 여러 개체가 반복해서 찾아오면서 큰 무리가 형성될 수 있다.

해수온과 먹이 분포의 변화 역시 살펴볼 요인이다. 바닷물의 온도가 달라지면 물고기의 이동 경로가 바뀔 수 있고, 이를 먹이로 삼는 바다사자들도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해양환경 변화가 모스랜딩 도로 점거와 직접 연결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교통안전이다. 샌드홀트 로드는 항구 주변 주민과 어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도로로, 바다사자들이 차선을 차지하면 차량 통행이 지연되고 충돌 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바다사자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도 문제다. 일부 방문객들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도로 가까이 접근하면서 차량과 보행자, 야생동물이 좁은 공간에 뒤섞이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다사자가 온순해 보이더라도 가까이 다가가거나 만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바다사자는 몸집이 크고 힘이 강해 위협을 느끼면 사람을 물거나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움직일 경우 주변에 있던 사람이 다칠 위험도 있다.

바다사자는 미국 해양포유류보호법에 따라 보호받는 야생동물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임의로 바다사자를 쫓거나 괴롭히고, 먹이를 주는 행위는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동물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작업은 관련 규정에 따라 관계 당국이 진행해야 한다.

모스랜딩 해안가로 몰려든 수백마리의 바다사자들.

모스랜딩 주변에서는 다치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긴 바다사자들의 구조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해양포유류센터 자료에는 지난 10월 3일 샌드홀트 로드에서 구조된 어린 수컷 바다사자가 포함돼 있다. 이 개체는 농양과 외상 관련 증상으로 치료받았지만, 부상이 도로 점거 과정에서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은 주민들의 통행을 확보하면서 바다사자들도 보호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경찰의 사이렌과 임시 차단시설은 일시적으로 도로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바다사자들이 같은 장소를 계속 찾아오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바다사자들은 먹이 분포나 계절적 환경 변화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모스랜딩에 모인 무리가 언제까지 머무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인간의 생활공간과 해양동물의 활동 영역이 겹치면서 발생한 갈등을 보여준다. 관광객들에게는 수백 마리의 바다사자가 도로를 차지한 이색적인 풍경이지만, 주민과 어업 종사자들에게는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교통 문제다.

당국과 해양생물 보호단체들은 시민들에게 바다사자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고 현장에서 무리하게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바다사자들을 보호하면서 주민들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통관리와 현장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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