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비치 인간 글자·거리 행진 등 다양한 행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지난 17일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베이 지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열렸다. 이번 집회에는 수천 명의 주민이 참여해 민주주의와 투표권 보호를 촉구했으며,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기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시민운동으로 확대됐다.
올해 네 번째로 진행된 전국적인 ‘노 킹스’ 행동의 날에는 미국 50개 주에서 2,500개 이상의 행사가 마련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규모 반트럼프 집회와 달리 이번에는 ‘노 킹스: 조기투표(No Kings: Vote Early)’를 공동 주제로 내세웠다. 거리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 지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대규모 행사가 열렸으며, 산호세와 버클리 등에서도 시민들이 참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선거 관련 조치, 연방정부의 권한 행사 등에 우려를 나타내며 선거의 공정성과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오션비치 해변에 참가자들이 모여 ‘VOTE(투표)’라는 글자를 만드는 대형 인간 글자 행사를 선보였다. 해변에 사람들이 직접 서서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번 집회의 핵심 목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도심에서는 인디비저블 샌프란시스코와 50501 샌프란시스코 등 시민단체가 주도한 거리 행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돌로레스 스트리트와 18번가 교차로 일대에 집결해 미션 디스트릭트를 따라 이동하면서 조기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우편투표용지를 지참해 투표용지 수거함에 직접 제출하도록 안내하며 집회와 투표 참여를 연계했다.
오클랜드에서도 음악과 거리 행사를 결합한 이동식 블록파티 형태의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투표 참여와 민주적 권리 보호를 강조하는 구호와 피켓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기존의 연설 중심 집회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이 특징이다.
산호세에서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집회와 행진이 마련됐다. 50501 산호세와 인디비저블 산호세 등 지역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유권자들에게 조기투표 방법을 알리고 선거 참여를 촉구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역의 진보 성향 단체인 실리콘밸리 민주사회주의자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주택과 생활비 부담, 부유층 과세 등 지역 현안에도 관심을 촉구했다. 특히 11월 선거에 포함된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과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호소했다.
버클리에서도 시빅센터 공원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집회가 마련됐다. 주최 단체는 음악 공연과 지역 활동가들의 발언, 선거 관련 정보 제공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행사에서는 투표용지 수거함 이용 방법을 비롯해 지방정치와 주민발의안, 감시기술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다뤘다.
베이 지역의 시위는 대도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산마테오에서는 엘카미노 리얼과 31번가 교차로 일대에서 조기투표 홍보 집회가 마련됐고, 리버모어에서는 포톨라 공원에서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 행사가 열렸다. 산타로사에서도 칼리지 애비뉴와 멘도시노 애비뉴 교차로 일대에서 조기투표 홍보 활동이 진행되도록 계획됐다.
지역별 행사 형식은 다소 달랐지만 공통적인 목표는 유권자들이 선거일 이전에 투표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실제 참여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번 시위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연방정부의 선거 관련 조치였다. 연방 법무부는 캘리포니아에서 시민권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에게 발송된 약 2만 장의 투표용지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유권자 자격과 선거의 적법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선거법 전문가들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선거 관리 권한에 부당하게 개입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클랜드 그랜드레이크 극장 주변 집회에 참여한 주민들도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다. 기후변화 대응 운동에 참여해 온 보니 리치먼은 이번 선거에서 연방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밝혔으며, 전직 법학 교수 팀 이글레시아스는 법치주의가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해 11월 선거에서 투표 감시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민 단속과 사회복지 예산 축소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집회에 참여한 주민들은 연방 이민당국의 단속 강화가 이민자 가정에 불안감을 주고 있으며, 의료와 복지 프로그램의 변화가 취약계층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샌프란시스코 시위에서는 자유의 여신상 복장과 다양한 풍자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음악 공연과 춤,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은 연방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었고, 다른 참가자들은 투표 참여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집회를 마친 뒤에는 일부 참가자들이 투표용지 수거함으로 이동해 실제로 투표를 마쳤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행진 종료 무렵 수백 명이 투표 참여 구호를 외쳤으며, 수십 명이 인근 수거함에 투표용지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행사가 정치적 항의와 유권자 참여를 결합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노 킹스’ 운동은 2025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과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맞춰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에도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열렸으며, 이민 단속과 해외 군사작전, 시민권과 민주적 제도에 관한 우려가 주요 의제로 제기됐다.
이번 10월 17일 집회는 그동안의 반정부 시위와 달리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직접적인 행동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주최 측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집회가 아니라 조기투표와 유권자 권리 보호를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시위 현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신뢰성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으나,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조기투표와 우편투표 자체는 공화당 지지자를 포함한 모든 유권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이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가능한 방식으로 조기에 투표할 것을 독려한 바 있다.
베이 지역 전체 시위의 정확한 참가 인원은 아직 통합 집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은 수천 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도했으며, 주최 단체들은 이번 행사가 대규모 거리 시위에서 지역 단위의 투표 참여 운동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11월 3일 중간선거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노 킹스’ 시위가 실제 유권자 참여와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선거 결과와 투표 통계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