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 지역 테크업계 올해 감원 1만4천 명 넘어…지난해보다 38% 증가

메타·오라클·아마존 등 대규모 인력 감축
AI 투자 확대 속 고용시장 구조조정 지속
레드우드시티 소재 오라클 빌딩.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테크기업들이 올해 들어 발표한 감원 규모가 1만4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감원 규모를 이미 38% 초과한 것으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업계의 고용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국(EDD)에 제출된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 사전통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베이 지역 테크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1만4천 명을 조금 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감원 규모인 1만170명보다 약 3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 2분기인 4월부터 6월까지 발표된 감원 규모는 7,962명으로 가장 많았다. 1분기 감원 규모는 3,029명이었으며, 3분기에는 3,043명으로 감소했다. 3분기 감원 규모가 2분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감원 속도는 둔화됐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베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감원을 발표한 기업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다. 메타는 9월 중순까지 지역 내 3,715개 일자리를 감축하기로 했다. 이어 오라클이 1,093명, 아마존이 917명, 시스코가 706명, 링크트인이 585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인튜이트 543명, 이베이 469명, 우버 463명, 전기차 제조업체 루시드 455명, 월마트 394명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이들 수치는 기업들이 신고한 지역 내 감원 계획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실제 해고가 완료된 인원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근에도 감원 발표는 계속되고 있다. 플레전턴에 본사를 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워크데이는 본사 직원 142명을 추가로 감원한다고 주정부에 신고했다. 감원 예정일은 오는 11월 30일이며, 회사는 이번 조치가 영구적인 인력 감축이라고 밝혔다.

워크데이는 앞서 지난 4월에도 직원 154명을 감원한 바 있어 올해 발표한 플레전턴 지역 감원 규모는 총 296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같은 지역에서 617명의 감원을 신고했다.

이번 감원은 AI 기술 확산과 기업들의 비용 절감, 조직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요 기업들은 AI 연구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기존 사업 부문에서는 인력을 줄이고 조직을 간소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한 달 동안 오라클은 레드우드시티와 산타클라라, 플레전턴에서 441명, 우버는 샌프란시스코와 서니베일에서 390명, 페이팔은 산호세 본사에서 251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도 산타클라라에서 52명의 인력 감축을 신고했다.

특히 페이팔의 감원 대상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제품 개발 담당자, 중간관리직 등이 포함됐다. 과거 테크산업 성장의 핵심 인력이었던 기술직과 관리직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베이 지역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국에 따르면 지난 8월 베이 지역 전체 고용은 7,800명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테크 부문에서는 2,900개의 일자리가 순감소했다. 지역 경제 전체의 고용 회복이 테크산업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AI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 분석, 관리 업무의 일부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인력 운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다만 모든 감원이 AI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업별로 비용 절감, 사업 재편, 인수합병에 따른 조직 통합 등 감원 배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테크업계에서는 AI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기존 전문직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AI 관련 투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기존 테크업계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통계는 대규모 해고 사전통지 자료를 기준으로 한 만큼 실제 감원이 모두 완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는 향후 시행될 예정이며, 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소규모 감원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베이 지역 테크업계의 감원 속도가 3분기 들어 둔화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올해 누적 감원 규모가 이미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고용시장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AI 산업의 급성장과 기존 기술직 일자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앞으로 기업들이 AI 투자 확대를 실제 고용 창출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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