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에 겨워 지낸 3년”…이정후 통역 한동희 씨, 자이언츠 떠나 새 도전 나선다

6년 동행 생각했지만 오랜 고민 끝에 시즌 마치고 떠나기로
“다음 통역사도 복 받은 사람…정후, 부상 없이 잘했으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이언츠를 떠나는 한동희 통역사.

“복에 겨워 지낸 3년이죠, 진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통역을 맡아온 한동희 씨가 올 시즌을 끝으로 3년간의 동행을 마무리한다. 한 씨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정후와 함께한 시간에 대한 감사와 함께,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떠나기로 마음먹기까지는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한 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회사에서 3년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저도 많이 사랑하고 사랑을 많이 받았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떠나기도, 결정하기도 너무 어려워서 오랜 시간 많이 고민했다”며 “정후 선수의 인성이 너무나도 좋아서 제가 복 받았다”고 말했다.

좋은 환경과 깊어진 정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유는 새로운 일을 향한 도전 의지였다. 한 씨는 평소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이정후의 통역으로 일하는 동안 좋은 계약 조건 속에서 지냈고 이정후 덕분에 구단 관계자들과도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년을 이렇게 해보니까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3년만 함께할 계획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 씨는 이정후가 자이언츠와 6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자신도 6년 동안 함께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서른한 살이 되고, 고향 친구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앞날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필드에서 자이언츠 트레이너인 사울 마르티네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동희 통역사.

그는 “조금 더 제 개인적인 미래를 위해서 떠나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행선지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에 남을 수도 있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에는 여전히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언론에 이정후와 함께한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된다는 말에 한 씨는 “저는 항상 그냥 그림자 속에 있는 걸 좋아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정후가 자신을 대했던 마음은 잊지 않았다. 그는 “제가 주인공은 아닌데 정후가 주인공을 만들어 주려고 할 때가 많았죠”라고 말했다.

이정후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는 건강을 먼저 꼽았다. 한 씨는 “워낙 야구는 잘하는 선수”라며 “3년 동안 있으면서 제가 야구적으로 도움을 준 적은 없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앞으로 남은 미국 생활 동안 그냥 부상 없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정후의 자기관리와 평소 태도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한 씨는 “평상시에 본인 관리도 잘하고 행실도 잘하는 선수”라며 “다음 통역사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다음 통역사분께서 되게 복 받으셨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누렸던 좋은 인연이 다음 통역사에게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작별 인사에는 두 사람 사이의 친근함이 묻어났다. 이정후가 “잘 먹고 잘 사세요”라고 했다는 기자의 말에, 한 씨 역시 이정후를 향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도”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와 함께 그의 귀와 입이 되어 주었던 한동희 통역사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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