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와이키키 브라더스’ 감독과 대화
한국 사회의 현실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온 임순례 감독이 샌프란시스코를 찾는다. 한국영화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미국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한 특별 상영회가 올해 처음으로 북가주에서 개최된다.
주LA한국문화원(원장 이해돈)은 오는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과 UC 버클리의 버클리 미술관 및 태평양 영화 아카이브(BAMPFA)에서 ‘K-시네마 투어링’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임순례 감독의 대표작인 ‘리틀 포레스트’(2018)와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가 상영된다. 세 차례의 영화 상영에 이어 임 감독이 직접 관객들과 만나 작품의 제작 과정과 영화에 담긴 메시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등을 공유하는 대화의 시간도 마련된다.
‘K-시네마 투어링’은 한국문화원이 2015년부터 미국 영화 관객들에게 한국영화의 작품성과 문화적 가치를 소개하기 위해 추진해 온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황동혁 등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한국 감독들이 참여하며 한국영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됐던 행사의 개최지를 샌프란시스코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미술과 독립·예술영화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두 문화기관이 협력하면서 북가주 지역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보다 깊이 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첫 상영작은 11월 12일 오후 6시 30분 SFMOMA에서 선보이는 ‘리틀 포레스트’다. 배우 김태리 주연의 이 영화는 도시 생활에 지친 젊은 여성이 고향으로 돌아와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렸다. 자연의 사계절과 한국의 소박한 음식문화, 인간의 성장과 치유를 잔잔한 영상에 담아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일상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이야기를 통해 한국 관객뿐 아니라 해외 관객들에게도 공감할 만한 주제를 전달한다. 특히 음식과 자연을 매개로 인물의 감정과 삶의 변화를 표현한 연출이 돋보인다.
11월 13일 오후 4시에는 BAMPFA에서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상영된다. 임 감독의 초기 대표작인 이 영화는 한때 음악을 통해 성공을 꿈꿨던 밴드 멤버들이 현실의 어려움과 마주하면서 겪는 갈등과 좌절을 담았다.
지방의 무대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음악인들의 모습을 통해 청춘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변화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상실감과 인간관계를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포착한 영화다.
행사 마지막 날인 11월 14일 오후 6시 30분에는 BAMPFA에서 ‘리틀 포레스트’가 다시 상영된다. 주최 측은 세 차례 상영 모두 종료 후 임순례 감독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와 한국의 음식문화를 연결하는 특별 행사도 준비됐다. 11월 14일 오전 11시 SFMOMA에서는 ‘리틀 포레스트’를 주제로 한 한식 워크숍이 열린다. 영화 속 음식과 한국의 식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참가 인원은 선착순 30명으로 제한된다.
임순례 감독은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의 영역을 넓혀온 대표적인 영화인이다.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영화 관련 대학원 과정을 거쳐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영화학을 공부했다.
1994년 단편 ‘우중산책’으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작품상과 젊은 비평가상을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1996년 첫 장편영화 ‘세친구’를 발표했고, 이 작품으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날아라 펭귄’, ‘제보자’, ‘리틀 포레스트’, ‘교섭’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 평범한 개인의 선택과 갈등을 영화의 중심에 놓으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쳤던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스포츠 경기 이면에 존재하는 여성 선수들의 희생과 도전, 사회적 편견을 조명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임 감독의 작품은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영웅보다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두 작품 역시 제작 시기는 다르지만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의 영화적 철학을 보여준다.
이해돈 LA한국문화원장은 “K-시네마 투어링이 올해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넘어 샌프란시스코 관객들을 만나게 되어 뜻깊다”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임순례 감독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문화예술기관에서 한국영화를 소개하게 되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영화에 관심 있는 북가주 지역 관객들이 감독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리이자, 한국영화와 지역 문화예술기관의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상영 및 부대행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와 입장권 예약은 SFMOMA와 BAMPFA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사 일정
- 11월 12일(목) 오후 6시 30분 — ‘리틀 포레스트’, SFMOMA, 감독과의 대화
- 11월 13일(금) 오후 4시 — ‘와이키키 브라더스’, BAMPFA, 감독과의 대화
- 11월 14일(토) 오전 11시 — ‘리틀 포레스트’ 한식 워크숍, SFMOMA, 선착순 30명
- 11월 14일(토) 오후 6시 30분 — ‘리틀 포레스트’, BAMPFA, 감독과의 대화
행사 안내 및 예약
SFMOMA: https://www.sfmoma.org / BAMPFA: https://bampf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