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시청 앞 ICE 반대 집회…이민자 보호 예산 180만 달러 추진

시의원·이민자 단체, 연방 이민단속 강력 규탄
법률 지원·긴급 대응망 확대 위한 추가 예산
도심 ICE 체포 논란에 시정부 공동 대응 나서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서 열린 ICE 반대 집회에서 재키 필더 SF수퍼바이저가 연설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한 남성을 총기로 위협하며 체포하는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시의원들과 이민자 권익단체들이 시청 앞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고 이민자 보호를 위한 약 180만 달러의 긴급 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나섰다.

10월 20일 정오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 계단에서는 연방정부의 이민단속 강화에 반대하고 이민자 법률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ICE의 단속 방식이 지역사회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샌프란시스코가 이민자 보호도시로서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회에는 재키 필더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을 비롯해 코니 챈, 샤먼 월턴, 빌랄 마무드, 대니 사우터 시의원과 라파엘 만델먼 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민자 법률 지원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현장에 모여 연방정부의 이민단속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25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ICE의 샌프란시스코 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이민자 보호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이번 집회에는 라 라사 법률지원센터, 샌프란시스코 이민자 법률·교육 네트워크, 중국계 미국인 권익단체, 아랍계 지역사회 단체 등 다양한 이민자 지원 조직이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연방 이민단속 증가로 법률 상담과 긴급 현장 대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를 주도한 재키 필더 시의원은 상황이 더욱 악화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이민자 보호도시 정책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예산과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더 시의원은 이민자 법률 지원과 긴급 대응 체계 강화를 위한 추가 예산 편성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예산안에 시의원들과 다니엘 루리 시장의 지지가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코니 챈 수퍼바이저가 최근 도심에서 발생한 ICE 요원들의 주민 체포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이번 집회의 직접적인 계기는 하루 전인 19일 샌프란시스코 사우스오브마켓 지역에서 발생한 ICE의 체포 사건이다.

공개된 감시카메라 영상에는 사복 차림의 요원 1명과 복면을 착용한 요원 2명이 길가에 있던 남성에게 접근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가운데 한 요원은 총기를 든 상태였으며, 남성은 자신에게 접근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몰라 달아났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체포 과정에서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라고 반복해서 외치며 권리 침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요원들은 남성에게 수갑을 채워 현장에서 연행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면서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의 신원 표시와 무력 사용, 체포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ICE는 체포된 남성이 51세의 엘살바도르 출신 밀턴 라모스–라미레스라고 밝히고, 캘리포니아에서 과거 고의적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갱단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ICE 측 설명으로, 남성의 시민권 주장과 구체적인 체포 경위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 국선변호인실은 해당 남성이 소속 변호인들의 의뢰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체포 사유와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프란시스코 우가르테 부국선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가 특정 개인을 넘어 ICE의 체포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체포 대상자의 범죄 경력이나 이민 신분과 별개로 연방 요원들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민권을 주장하는 사람을 무장 요원들이 체포한 장면이 공개된 만큼, 체포의 법적 근거와 현장에서 사용된 강제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에 참석한 샤먼 월튼 수퍼바이저가 ICE 단속을 규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민자 법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긴급 예산 편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필더 시의원이 발표한 예산 규모는 약 180만 달러로, 연방정부의 이민단속에 대응하는 지역 비영리단체와 법률지원기관에 추가 재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산은 이민단속으로 구금된 주민들을 위한 법률 대리, 부당한 구금에 대한 법적 대응, ICE 출석 일정에 동행하는 지원 서비스, 긴급 대응 전화망 운영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단순한 법률 상담을 넘어 실제 구금과 추방 절차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사회 지원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지원 대상에는 베이 지역에서 연방 이민당국의 구금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신보호 청구를 진행하는 베이 지역 인신보호 법률 네트워크가 포함됐다. 이 단체에는 12만5,000달러가 배정될 예정이다.

이 단체는 구금의 적법성을 다투는 법원 청구를 통해 이민자들의 석방을 지원해 왔다. 최근 이민단속이 늘어나면서 신속한 법적 대응을 위한 인력과 재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민자 지원기관의 재정적 어려움도 이번 긴급 예산 추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앞서 관련 단체들은 시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산 편성 문제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긴급 이민단속 신고망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미션액션은 올해 시 예산에서 기대했던 추가 지원금을 확보하지 못해 운영 인력과 서비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신고망은 주민들의 ICE 활동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정보를 확인한 뒤 필요한 법률·현장 지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국선변호인실 이민자 변호 부서의 제니퍼 프리드먼 책임자는 현재 법률 지원 수요가 가용 자원을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직 시의원이자 라 라사 법률지원센터 사무총장인 힐러리 로넌은 추가 예산이 확보되면 관련 기관들이 신규 인력 채용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빌랄 마무드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

다만 예산이 곧바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만델먼 시의회 의장은 긴급성을 고려해 조례안 표결에 앞서 적용되는 통상적인 30일 대기 기간을 면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4일 시의회에서 예산안 표결이 진행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시의회와 시장 측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지만, 10월 21일 현재 예산안이 최종 의결돼 자금 집행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실제 지원 시점은 시의회 의결과 후속 행정 절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최근 베이 지역에서는 연방 이민단속이 확대되면서 구금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미션로컬이 베이 지역 주요 18개 도시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부터 올해 7월 말까지 확인된 이민 관련 체포는 3,870건으로 집계됐다.

KQED의 별도 분석에서도 올해 8월 기준 베이 지역 ICE 체포 건수가 2월과 비교해 약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단속 확대는 이민자 가족들의 불안을 키우는 동시에 법률지원기관과 지역사회 긴급 대응망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랫동안 이민자 보호도시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이 정책에 따라 시정부 기관은 원칙적으로 연방정부의 민사상 이민단속에 시 자원과 인력을 제공하지 않으며, 연방 이민당국의 구금 요청만을 근거로 주민을 법정 석방 시점 이후까지 붙잡아 둘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 보호도시 정책이 연방 이민단속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ICE는 연방법에 근거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단속을 실시할 수 있으며, 시정부 정책만으로 모든 연방 단속을 차단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시의원들과 이민자 보호단체들은 기존의 비협조 정책을 유지하는 것과 함께 법률 지원, 긴급 신고, 구금 대응 등 실제 주민 보호에 필요한 서비스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이민 단체 대표가 이민자 보호에 다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필더 시의원 등 일부 시의원은 이와 별도로 시 소유 시설이 연방 이민단속의 활동 거점으로 사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조례도 추진하고 있다. 시 소유 부지와 시설에서의 단속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루리 시장도 샌프란시스코가 연방정부의 민사상 이민단속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했다. 시의원들과 이민자 보호단체들은 연방정부와 시정부 사이의 이민정책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청 앞 집회와 긴급 예산 추진은 연방정부의 이민단속 확대에 맞서 샌프란시스코가 기존 이민자 보호도시 정책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법률 지원에 필요한 재정적 기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시의회가 추가 예산안을 최종 승인할 경우 지역 법률지원기관의 인력 충원과 긴급 대응 서비스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실제 지원 효과는 예산 집행 시기와 기관별 배정 규모, 연방 이민단속의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ICE 단속을 목격하거나 이민 관련 긴급 지원이 필요한 주민은 샌프란시스코 이민단속 긴급 대응망 전화 415-200-1548로 연락할 수 있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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