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엘니뇨 폭풍 대비 지역 비상사태 선포

다니엘 루리 시장, 23일 비상사태 선언
기록적 폭우·강풍·해안 침수 우려 고조
배수시설 정비·방재장비 확보 본격화
23일 샌프란시스코 피어14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엘니뇨 폭풍 대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는 다니엘 루리 SF시장. 사진=다니엘 루리 시장 유튜브 캡처.

샌프란시스코시가 올겨울 강력한 엘니뇨로 인한 폭우와 강풍, 해안 침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기상당국이 기록적으로 강한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가운데, 시정부는 본격적인 폭풍이 시작되기 전에 방재 장비와 긴급 대응 인력을 확보하고 주요 기반시설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10월 23일 피어14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비상사태 선포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이미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가오는 겨울철 폭풍과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행정 조치다.

루리 시장은 성명을 통해 “올겨울 엘니뇨가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폭풍과 홍수, 높은 조수위에 샌프란시스코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오늘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을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모든 부서가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며 “대규모 폭풍에 대비해야 할 시점은 폭풍이 닥친 뒤가 아니라 그 이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시는 일부 계약 및 조달 절차를 간소화해 홍수 방지 시설과 장비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각 부서는 침수 방지벽과 배수 펌프, 비상 발전기 등을 구매하거나 배치하고, 정전과 침수 상황에서도 필수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공공사업국과 공공시설위원회, 항만국, 교통국, 공원관리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등 주요 기관이 비상 대응에 참여한다. 시정부는 응급처치 물품과 대피시설 운영에 필요한 장비, 이동식 화장실 등도 확보해 재난 발생 시 주민과 현장 대응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비상사태 기간에는 시 비상운영센터를 중심으로 부서 간 협조가 강화되며, 시장은 긴급 대응에 필요한 예산을 부서 내부 또는 부서 간에 재배분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겨울 가장 우려하는 위험 가운데 하나는 집중호우와 높은 조수위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이다. 태평양 수온 상승과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평소보다 높은 해수면과 파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엠바카데로를 비롯한 해안 저지대는 만조와 강한 폭풍이 겹칠 경우 침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시정부는 해안가 임시 방재벽 설치를 준비하는 한편, 도로 배수구와 하수시설을 정비하고 강풍에 취약한 가로수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기상당국의 전망도 심상치 않다. 미국 국립기상청 기후예측센터는 올해 말까지 기록적인 수준의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대기 순환과 태평양 폭풍 경로에 영향을 미쳐 캘리포니아의 겨울철 강수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기상 전망에 따르면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캘리포니아에 본격적인 비구름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예보 모델에서는 베이 지역에 1~3인치의 비가 내릴 수 있는 폭풍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강수량과 폭풍의 이동 경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전후 예상되는 높은 만조가 더해지면 해안 침수 위험이 한층 커질 수 있다. 강수량 자체뿐 아니라 폭우가 내리는 시간과 만조 시점이 겹치는지가 피해 규모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최근 UC데이비스 연구진이 발표한 분석에서도 베이 지역의 주요 교통 기반시설이 겨울철 해안 침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오클랜드 국제공항의 일부 시설, 37번 하이웨이, 베이브리지 동쪽 진입 구간 등이 위험 지역으로 거론됐다.

샌프란시스코시의 이번 조치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선제적 대응과도 연결된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지난 9월 21일 엘니뇨에 대비한 주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정부 기관들에 홍수 방지 자재 확보와 주요 도로 보호, 긴급 구조 대응 준비를 지시했다.

베이 지역에서도 소노마 카운티와 샌머테오 카운티 등 여러 지방정부가 잇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샌머테오 카운티는 지난 20일 비상사태 선포 결의안을 채택하고, 부서 간 공동 대응과 침수 취약지역 보호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샌프란시스코 공공사업국은 주민들이 주택 침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가구당 최대 10개의 모래주머니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시정부는 총 2만 개의 모래주머니를 확보하고 11월 중 지역별 배포도 추진할 예정이다.

시 비상관리국은 시민들에게 지하실과 차고 등 침수에 취약한 장소에 보관한 물품을 높은 곳으로 옮기고, 강풍에 날릴 수 있는 야외 물건을 고정하도록 권고했다. 정전 가능성에 대비해 손전등과 배터리, 비상식량, 식수 등을 점검하고 주변의 고령자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안전도 확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는 재난 문자 알림 서비스인 ‘AlertSF’ 가입도 권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의 우편번호를 888-777로 문자 전송해 지역별 긴급 재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의 주택 소유자는 샌프란시스코 공공시설위원회가 운영하는 홍수 피해 예방 지원 프로그램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주택의 침수 방지 시설 설치에 최대 10만 달러를 지원한다.

루리 시장은 시정부가 폭풍 대응을 위한 장비와 인력을 미리 확보하고 필수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시정부는 앞으로 기상 상황에 따라 방재시설 설치와 현장 대응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강력한 엘니뇨에 따른 실제 피해 규모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시는 과거의 폭우와 해안 침수 경험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겨울 폭풍이 시작되기 전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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